40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남자 프로농구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의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은 단 한 경기도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지 않았다. 3차전까지 모두 막판 ‘타짜’의 손에 운명이 갈렸다.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해결사는 LG가 모비스보다 많다. LG는 러시아리그 득점왕 출신 데이본 제퍼슨(28)과 문태종(39)이 언제든 스스로 공격을 풀어가는 능력을 갖췄다. 이들은 ‘알고도 못 막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제퍼슨은 지난 5일 3차전에서 73-73으로 맞선 종료 12초 전 수비를 앞에 두고 뛰어 올라 결승 중거리포를 터트렸다. 문태종은 이지원(26)의 찰거머리 수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5점을 몰아쳤다.
문태종과 제퍼슨의 창은 정규리그보다 챔프전에서 더 매서워졌다.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득점이 13.5점이던 문태종은 챔프전 3경기에서 18점으로 늘었다. 정규리그 평균 17.0점이던 제퍼슨도 챔프전에서 25.3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문태종은 “이제 모비스 수비에 적응이 됐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제퍼슨도 “상대가 도움 수비를 들어와도 늘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비스 입장에서는 둘 중 한 명이라도 봉쇄해야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유재학(51) 모비스 감독은 “제퍼슨은 워낙 기술이 뛰어나고 골 결정력이 좋다”며 “앞 선부터 강하게 막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태종에 대해서는 “수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잘 막았는데도 슛이 들어갔으니 문태종의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모비스는 해결사 부재가 아쉽다. 양동근(33)이 3차전 4쿼터에 혼자 17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뽐냈지만 뒤를 받쳐줄 선수가 없었다. 4쿼터 17점은 역대 챔프전 한 경기 최다 득점 공동 4위 기록이다. 1위는 2000~01 시즌 아티머스 맥클레리(삼성)의 20점. 함지훈(30)과 문태영(36)은 득점을 곧잘 올리지만 3점 라인을 벗어나면 위력이 떨어진다. 로드 벤슨(30), 리카르도 라틀리프(25) 또한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 ‘만수’ 유 감독의 머리는 승부처만 되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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