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겠다"며 청와대를 깜짝 방문했다. 제 1야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만남을 촉구하기 위해 청와대를 직접 찾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지난달 30일 안 대표의 회동 제안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온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를 부각시키는 한편, 무공천 방침을 둘러싼 당내 반발을 잠재우려는 다중 포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청와대에 도착, 면회실로 이동해 일반 민원인들이 밟는 절차를 그대로 따라 면담신청서를 직접 작성한 뒤, 마중 나와 있던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15분간 대화를 나눴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그 동안 수 차례 국정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제안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 국민 한 사람의 자격으로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한 뒤 "130석 야당을 지지하고 있는 40%의 국민들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 대표는 "(회동) 장소나 형식, 의전에 구애 받지 않겠다"면서도 "다음 주 월요일(7일)까지 (회동) 가부만이라도 말해달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서로 다른 규칙을 갖고 한 선거를 치른다면 외국에서 볼 때도 매우 비정상적인 선거로,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국격과 비정상화의 정상화 화법으로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박 수석은 "기본적으로 여야간 논의할 사안인 데다 각 당이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하는 마당에 정치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기본입장"이라고 답했다고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당초 일정에 없던 안 대표의 청와대 방문은 기초공천 폐지를 둘러싼 당내 내홍이 격화되면서 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간 강경파 의원들은 두 대표의 미온적 대응을 두고 "벙어리, 귀머거리로 행세하는 박 대통령과 뭐가 다르냐""결단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행동을 촉구해왔다. 당장 이날도 국회 본청에서 연좌농성 중인 새정치연합 20여명 의원들은 7일 기초선거 공천 폐지 입법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지도부를 압박했고, 신경민 양승조 우원식 최고위원들도 "공천폐지 관철을 위해 전 당력을 집중하고 영혼을 걸고 싸워야 한다"며 강경투쟁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공동대표 측 관계자는 "청와대 방문은 영수회담을 제안할 때부터 진작에 고려했던 일종의 새정치 식 투쟁 아이디어로 적절한 타이밍을 본 것이지, 강경파에 떠밀려 나온 게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안 대표의 청와대 방문을 두고 "당 내부의 문제로 어려워지자 국가 원수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정치쇼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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