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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라더니 불륜 캐는 흥신소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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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라더니 불륜 캐는 흥신소 노릇

입력
2014.04.0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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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종로의 한 건물 지하 매점 앞. '한국판 셜록 홈즈'로 신문과 방송에 여러 차례 소개된 유명 사립탐정 박모(44)씨가 의뢰인을 만났다. 이모(49)씨는 "회사 대표이사의 아들이 A(55)씨의 딸과 사귀는데 A씨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의뢰했다.

현행법상 대가를 받고 다른 사람을 미행, 조사하는 행위는 사생활 침해로 엄연한 불법이다. 정부는 최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조사업(사립탐정)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법은 아직 없다. 사생활 보호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특정인의 소재를 알아내거나 금융 거래 등 상거래 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신용정보회사 등이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돈을 받고 이씨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한국민간조사협회 서울본부장이면서 산업스파이 색출이나 지적재산권 보호와 같은 윤리적 민간조사업무에 종사한다고 공언해 왔던 그였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심부름센터 개설(심사) 때 전과 유무를 반영하고 불법적인 일을 하지 못하도록 처벌 조항을 갖춘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뒷조사에 나선 박씨는 불법행위도 개의치 않았다. 인터넷 '신상 털기'로 A씨의 집 주소와 휴대폰 번호, 차량 번호를 알아낸 박씨는 탐정사무소 직원 고모(40)씨와 김모(30)씨에게 뒷조사를 지시했다. 이들은 A씨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미행하고, 은밀히 사생활 사진을 찍어 이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셜록 홈즈' 운운하던 이들의 행각은 조사 이틀 만에 들통났다.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지하 4층 주차장에서 A씨가 미행을 눈치채고 잠복 중인 SM5 차량에 다가오자 허겁지겁 줄행랑을 치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47)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고, A씨도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탐정들의 차를 피하려다 벽에 부딪혀 허리뼈를 다쳤다.

탐정들은 달아났지만 사고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사법당국에 "누군가 우리 가족의 사생활을 들여다 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집에서는 밤낮 커튼을 치고 생활했고, 외출할 때도 누가 쫓아오지 않나 불안감에 시달렸다"며 "박씨 등을 강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7차례에 걸쳐 건당 40만~100만원을 받고 배우자의 불륜 여부 조사 등 '흥신소' 업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조규설 판사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폭행 등의 혐의로 박씨에게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3년, 고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초범인 탐정사무소 직원 김씨와 뒷조사를 의뢰한 이씨에게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무단 침입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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