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로 나선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케이블 TV 채널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렸다. 성사되진 못했지만 김 전 총리가 출연을 검토했던 프로그램은 19금 예능을 표방한 프로그램으로서 김 전 총리의 평소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됐다. 그럼에도 김 전 총리가 이런 장르의 프로그램 출연을 검토했다는 것은 그 만큼 정치인들의 TV출연 경계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 동안 정치인들의 TV 출연은 대부분 시사 대담프로에 한정됐다. 유명 정치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기사화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채널을 돌리다 보면 정치인들의 얼굴을 쉽게 볼 수 있다. tvN의 ‘쿨까당’과 ‘snl코리아’, jtbc의 ‘썰전’, tv조선 ‘강적들’ 등 주로 케이블이나 종합편성 채널에 몰려있긴 하지만 sbs ‘최후의 권력’과 ‘힐링캠프’등 공중파 채널까지 정치인들의 출연 영역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장르를 뛰어 넘는 TV출연이 늘어나는 데는 매체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정치인들의 필요가 맞아 떨어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몇 년간 종편과 케이블 채널이 급속히 늘어났고, 이를 실어 나르는 인터넷 시장 또한 무제한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언론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과 단기간 생존을 위해 시청률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종편 채널의 등장이라는 매체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나온 현상”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최대한 끌 수 있어 정치인들의 출연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 중시와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지 않은 정치인들의 속성도 이런 현상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전직 국회의원들의 출연이 잦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최근 썰전 등 각종 예능프로에 출연해 이미지 변화에 노력하는 강용석 전 의원을 비롯해 주광덕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19대 총선 낙선 이후 청와대 입성 전까지 mbn의 ‘아궁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역시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유정현 전 의원도 mbc의 세바퀴에 출연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예능프로 출연 붐을 보는 시선은 다소 이중적이다. 국민과의 접촉면 확대 등 순기능도 있지만 정치 자체를 너무 희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미국 등 정치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만큼 풍자와 정보전달 등 구별돼야 할 부분들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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