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세느강의 아름다운 다리들이 사랑의 자물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느강 주변 다리에 달려있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름이 적힌 자물쇠는 대략 70만 개에 달한다. 누군가에겐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그저 녹슬어 보기 싫은 철 구조물일 뿐이다. 최근 파리에서 이 사랑의 자물쇠 부착을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시작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랑의 자물쇠는 이제 그만(No Love Locks)'이란 캠페인 청원서에는 이미 1,700명이 서명을 했다. 이 캠페인은 지난 2월 파리에 거주하는 2명의 미국인에 의해 시작됐다. 그들은 도시 전체에 진행되고 있는 사랑의 자물쇠 유행에 충격을 받았다. 세느 강의 다리에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그 의미는 알겠지만 지금 파리에 매달린 70만개의 자물쇠 무게는 다리의 구조적인 안전에 위협이 될 정도로 악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퐁데자르 다리와 퐁드아쉬베쉐의 경우 자물쇠가 다리 전역을 감싸고 있다. 파리 제10구에 있는 운하에 놓여진 많은 보행교는 더욱 심한 상황이다. 유명한 다리의 경우 안전 철망들이 이젠 철제 방벽이 되고 말았다. 구글지도에는 아예 퐁드아쉬베쉐를 '사랑의 자물쇠 다리(Lovelock Bridge)'라고 적고 있기도 하다.
사랑의 자물쇠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리사 안젤모는 "통제불가능한 상황이다"며 혀를 찼다. "사람들이 자물쇠를 채우려 가로등까지 기어 오르고, 먼 곳의 철망에 걸려고 다리에 매달리기도 한다.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데, 광기의 수준이다. 그저 내가 뭘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뿐, 로맨스는 아닌 것 같다."
캠페인을 지지하는 이들은 사랑의 자물쇠 부착을 공공기물 파손행위라고 비난한다. 장피에르 르코크 제6구의 시장은 "사랑의 자물쇠는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세느강변을 걷거나 강을 따라 배를 타고 다리 밑을 지나는 관광객들이 매우 많은데, 만일 다리에 설치된 그 무거운 자물쇠 뭉치가 그들 머리 위로 떨어진다면 매우 치명적"이라고 라디오 방송에서 말한 바 있다.
사랑의 자물쇠는 이제 그 무게로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퐁데자르는 작은 보행교인데 지금 93톤의 자물쇠를 버텨야 한다. 실제 철판이 무너진 적이 있다. 시는 이를 새 철판으로 갈아 끼웠지만 2주도 안돼 다시 자물쇠가 꽉 채워졌다.
사랑의 자물쇠는 파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초부터 그 유행은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2012년 아일랜드의 더블린 시는 문제가 불거진 하페니 다리의 사랑의 자물쇠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의 쾰른시는 호헨촐레른 다리의 자물쇠를 철거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자 은근슬쩍 철거 계획을 거둬 들이기도 했다. 2009년 일본의 아이치현 미하마쵸에 있는 노마등대도 사랑의 자물쇠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등대를 둘러싼 철제 펜스가 수천개의 자물쇠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를 수차례 거듭했고, 등대를 관리하던 해군 보안부대가 자제를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서울의 남산타워 앞에 설치된 사랑의 자물쇠도 철거논란을 겪기도 했다.
사랑의 자물쇠를 다는 연인들은 금지 캠페인에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파리로 여행 온 한 커플은 "자물쇠를 달 계획은 없었지만 다리 바로 옆에 자물쇠를 파는 가게가 즐비했다. 몇 유로면 우리의 사랑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젤모는 "진정 파리를 사랑한다면 자물쇠 다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 사랑의 자물쇠가 사랑의 상징이고 매력적인 아이디어인건 분명하지만, 이젠 그것보다 파리를 더 사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파리에 당신이 남긴 그 상징이 파리시민들에게 큰 짐이 된다는 걸 유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 4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