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과 결혼한 다른 독일 친구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격론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측 입장만 알고 있는 그 친구에게 그가 잘못 알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한국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제 모습을 보고는 저 스스로도 놀랐죠."
라인하트 스타우다허(45) 한국바스프 홍보팀장은 4일' 한국 생활 6개월 동안 한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뜸 독도 문제부터 꺼냈다. 그는 독일의 글로벌 화학ㆍ소재기업 바스프가 한국에 보낸 첫 번째 외국인 홍보팀장이다. 독일 드레스덴 지역의 일간지 기자를 하다 1994년 바스프 본사의 홍보팀에 입사한 스타우다허 팀장은 사내홍보, 대외협력, 환경안전홍보 등 20년 동안 다양한 분야의 홍보를 담당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지사에 본사의 재무, 인사분야 책임자를 보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홍보팀장을 직접 파견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사례로 꼽힌다. 현지에서의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현지 언어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에게 홍보 분야를 맡기는 건 위험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가 홍보 책임자로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뭘까. 스타우다허 팀장은 "삼성전자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이 우리에겐 중요한 고객사들"이라며 "독일 본사 사정을 잘 아는 멤버가 한국에서 한국 기업을 직접 접하고 알아가면서 본사 경영진들이 한국과 한국 기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연결 고리'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맡은 임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6월에 방송될 예정인 바스프 그룹의 TV 광고를 일례로 들었다. 2011년 처음 그룹을 알리는 TV 광고를 선보였던 바스프는 최근 2탄을 만들면서 한국시장을 위해 15초짜리 광고를 따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는 "본사에서는 30초, 40초짜리 두 가지 버전의 광고를 만들려고 했는데, '한국 시청자는 15초가 넘는 광고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본사 관계자에게 줄기차게 설득했다"며 "아무래도 독일에서 온 제가 직접 설득하니 본사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타우다허 팀장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행사 전 몇 개월 전부터 작은 것 하나도 꼼꼼히 점검한다"며 "이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융통성이나 역동성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좀 더 빨리 움직이며 계속 고민하기 때문에 다소 정신은 없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그 에너지가 한국의 강점인 것 같다"고 피력했다.
스타우다허 팀장은 이달 중 한국을 찾을 가족과 함께 남해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음식과 풍경을 실컷 맛볼 생각에 벌써 흥분된다"며 "홍보팀장으로 앞으로 일할 2년 임기 동안 한국을 더 넓고 깊게 알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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