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돈 부족한 승객 태우라더니 결국에는 2,400원 횡령을 트집 잡아 해고하네요."
17년째 전북 전주 H고속버스 회사에서 운전대를 잡아온 이희진(50)씨는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8일 회사 징계위원회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억울하다며 고용노동부 전주고용노동지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씨는 한 달에 23일간 하루에 완주군 삼례와 서울을 2번 왕복하는 고속버스를 운전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1시 넘어 귀가하는 근무환경이었다. 운행 노선에는 우석대, 현대자동차 3공단에 간이 정류장이 있다. 우석대 정류장은 주말에 매표소가 문을 닫고, 현대자동차 정류장에는 아예 매표소가 없어 현금으로 요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더러 잔돈이 부족한 사람도 있는데 회사측은 이들도 태워주라고 했다고 이씨는 말한다. 그러다 승객에게 2,400원을 못 받자 회사에서 횡령으로 몰더니 급기야 해고했다는 것이다.
회사의 입장은 달랐다. H고속 관계자는 "이씨가 승객의 돈을 덜 받은 것이 아니라 4명의 승객에게 4만6,400원을 받은 뒤 회사에는 4만4,000원으로 신고했다"며 "버스에 달린 폐쇄회로(CC)TV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액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교통비가 저가인 만큼 수익금을 착복했다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며 "전에도 800원 횡령 등 사유로 2명을 해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H고속은 2010년 이씨의 동료인 A(57)씨와 B씨를 각각 800원과 4,0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처분했다.
이씨는 진짜 해고 사유를 민주노총 가입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회사와 민주노총이 임단협에 합의하자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보다 강성인 민주노총으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회사와 불편한 관계였다"며 "나도 민주노총으로 옮겼고, 다른 조합원들이 이동할 것을 걱정한 회사가 본보기 삼아 해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부당 해고된 것도 억울하지만 횡령이라는 굴레를 벗고 싶다"며"부당해고가 철회될 때까지1인 시위와 함께 천막농성도 벌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주=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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