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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TV 봤수다] 시청률에 울고 웃는 드라마 운명? 철 지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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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TV 봤수다] 시청률에 울고 웃는 드라마 운명? 철 지난 소리!

입력
2014.04.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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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은 드라마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서 지금껏 기능해왔다. 시청률 50%를 넘어서는 드라마를 '국민 드라마'라 부르고 2, 3%에 머무는 시청률을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조롱하는 말 속에는 시청률이 드라마의 가치를 평가하는 바로미터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하지만 최근 시청률이라는 가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시청률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호평 받고 광고도 완판되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시청률이 높은데도 평이 나쁘고 광고도 잘 되지 않는 드라마가 나오고 있는 것. 도대체 시청률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최근 최종 시청률 17.2%(닐슨 코리아)로 종영한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좋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울게 된 드라마가 됐다. 결코 낮지 않은 시청률이었지만 광고가 쉽지 않았다. 이런 형태 드라마의 주 시청층이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2030 세대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주 시청층의 연령대가 높으면서도 젊은 세대의 지지까지 얻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세 번…'은 초반 낮은 시청률 때문인지 갑자기 자극적인 전개가 등장하면서 심지어 막장 논란까지 생겼고 젊은 층의 지지는 당연히 낮았다. 광고가 쉽지 않았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반면 SBS 수목극 '쓰리데이즈'는 상황이 정반대다. 시청률이 11%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미드 같은 본격 장르물로서 젊은 세대에게서 호평을 받고 있다. 멜로 없는 본격 장르물의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예견된 한계가 지목되었고 실제로도 그런 결과가 나왔지만 2030 세대의 지지를 얻은 이 드라마는 8주째 광고가 완판 되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드라마는 방영 전에 이미 중국 인터넷업체에 '별에서 온 그대'를 넘어서는 최고가에 방영권이 팔리기도 했다.

시청률만 좋으면 다 좋다? 적어도 지금 상황은 이 명제가 오류라는 걸 말해준다. 현재의 시청률 산정 기준은 2030세대의 선택을 배제하고 있다. 이미 광고업체들은 현재의 시청률 추산방식에 불신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연구팀이 방송사와 광고대행사 등 78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한 54개 기관 중 무려 94%가 '시청률이 납득이 안돼 조사기관에 문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현재의 시청률은 2030세대의 달라진 시청 패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은 하나의 성적표와 같다. 하지만 그 성적을 매기는 기준이 시대착오적이라면 어떨까. 이를테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영어공부 6년을 하고 좋은 점수를 받아도 영어회화 하나 못한다면. 지금의 왜곡된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는 문제가 여기에 있다. 시대는 지나가기 마련이고 젊은 세대의 취향이 나이든 세대의 그것을 대체하기 마련이다. 여전히 50대 이상의 시청패턴을 기준으로 삼는 성적표는 2030 세대의 감성을 담는 콘텐츠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다.

이 시대착오적 시청률이라는 성적표의 문제가 드라마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성적표에 비유했듯 이것은 우리 사회 교육의 문제에서부터 투표 같은 중대한 정치적 행사에 이르기까지 성패를 가름하는 기준과 잣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빈부와 사회적 성취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국은 이 기준표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과거와 기성세대들을 위한 것이 아닌 미래와 젊은이들을 위한 새로운 성적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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