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해 4월 국회에서 "(교과서) 검정 기준에 교육기본법 정신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들을 질타했다. 역사와 영토문제를 둘러싸고 각 출판사들이 지나친 '자학사관'에 사로잡혀 일본 보수 우익세력들의 목소리가 교육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후 일본 교과서 검정기준 기준 개정 문제 등을 논의하는 집권 자민당 작업팀은 교과서 출판사 사장과 편집 책임자를 당으로 불러 "교육기본법과 학습지도요령이 (애국심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교과서 기술도 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다"며 노골적으로 수정을 요구했다.
4일 검정을 통과한 2014년도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4종이 모두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은 지난 해 교과서 검정을 둘러싸고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새 교과서를 만든 출판사들이 2010년 검정 때와는 달리 독도 관련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강화한 것은 아베 총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사전에 자기검열에 나섰다는 의혹도 짙다.
2010년 검정을 통과, 현재 일본 학교에서 사용중인 5,6학년 사회과 교과서 5종에는 이미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중 일본문교출판의 교과서에만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기술돼있고, 나머지 교과서는 일본 주변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4개 출판사의 교과서에는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모두 포함됐다.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한국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표현으로, 한일관계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나마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교과서는 교육출판의 교과서가 유일하다. 부교재인 사회과부도 2종 중 1종에도 2010년 검정당시 없던 독도 관련 기술이 새로 추가됐다.
과거사를 인식을 둘러싼 퇴행적 인식도 드러났다. 동경서적 6학년 교과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승리는 구미국가에게 일본의 힘을 인정하도록 하여, 구미의 지배에 고통받는 아시아 나라들에게 용기를 주었다"는 2010년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
일본은 2008년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하면서 "한국과 일본간에 독도에 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취급한다"는 문구를 명기했고, 이후 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도 적용하고 있지만 초등학교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외교 관계자는 "2008년 개정된 초등학교 학습지도요령 총칙에는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한다"는 문구가 있을 뿐, 독도의 영유권 문제를 교과서에 다루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번에 검정된 교과서에 일제히 독도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일본 정부의 입김이 출판계에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