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실에서 다른 꿈을 꾸는 것을 방해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건 자체가 되지 않기도 하고 여건은 되지만 용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삶을 꿈꾼다는 것은 사실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현실에 만족하며 산다는 것은 사실상 퇴행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현실에 만족하며 산다면 인간의 역사는 한 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다른 삶을 자주 꿈꾼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삶은 어이없을 정도로 소박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퇴행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소박과 퇴행의 성질 속에 내가 생각하는 삶의 진면목이 들어 있다. 지난주에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나는 프로야구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내가 꿈꾸는 다른 삶이란 이런 것이다. 글 따위는 쓰지 않고 걸어서 야구장을 갈 수 있는 동네의 작은 전파상이나 철물점을 하는 사내가 되어 한 달에 두어 번 야구를 보고, 옆집에서 부동산을 하는 사내와 슈퍼 앞 파라솔에서 싸구려 오징어다리를 씹고 소주를 마시며 그날의 야구경기에서 누가 잘 했네 못 했네 마구 지껄이는 삶. 왜 이런 삶을 꿈꾸냐면, 이 삶 속에는 무엇을 겨루는 투쟁이나 경쟁에 내 영혼을 팔지 않아도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착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 무명의 삶에 내 영혼은 늘 이끌린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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