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4일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을 한 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강 전 회장을 상대로 금융위기 이후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던 2008년 STX중공업 자금으로 계열사 기업 어음을 매입하고, 연대보증을 서게 하면서 수천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를 집중 조사했다. 또 이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이 수백억원의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검찰은 지난 2월 ㈜STX와 STX조선해양 등 그룹 계열사 6,7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회계와 전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 전 회장이 수 년에 걸쳐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회장은 횡령과 업무상 배임ㆍ횡령, 분식 회계 등 크게 세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전 회장은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면서 “죄송하다.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비자금을 조성해 정ㆍ관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외 출장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강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해외순방을 자주 수행하는 등 정권 실세와 가까웠고 일부 야권 인사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금융위기 당시 정치권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현재는 경영상 불법 행위에 집중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조사에서 정ㆍ관계 로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강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빼 쓴 회사 자금의 사용처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월 강 전 회장을 비롯한 전 경영진 5명의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해 ㈜STX 의 수사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와 국세청에서 넘겨받은 STX그룹 세무조사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강 전 회장 및 측근들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여왔다.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경영본부장, 재무담당 고위 임원 등 전ㆍ현직 임직원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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