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들의 반란으로 녹색 그라운드가 뜨겁다.
이들은 그 동안 기회를 잡지 못하고 후보 또는 2군에서 시간을 보냈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고 있다. 넥센의 윤석민(29)과 SK 김성현(27)이 주인공이다.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2004년 두산에 입단한 윤석민은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2012년 ‘두목곰’ 김동주(38)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4번 자리를 꿰차 후반기에만 10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잠재력을 활짝 꽃피우는 듯 했지만 지난 시즌 허리와 팔꿈치 통증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1경기에 출전해 68타수 12안타(타율 0.294)를 치는 데 그쳤다. 윤석민은 시즌을 마친 뒤 넥센 장민석(32)과 트레이드 돼 친정 팀을 떠나야만 했다.
윤석민은 그러나 새 둥지에서 펄펄 날았다. 특히 지난 1~3일 두산을 상대로 결승타만 2개를 날려 자신을 방출한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1일에는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을 터트리더니 3일엔 4-4로 맞선 7회말 2사 1ㆍ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윤석민은 “기회만 주면 충분히 잘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넥센 팬들에게 ‘나를 잘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현은 정근우(32ㆍ한화)의 이적으로 올해 최고의 기회를 맞았다. 2006년 데뷔 이후 줄곧 백업 내야수나 대주자 요원에 머물러 주목을 받지 못했다. 2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수비는 인정 받았지만 타격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방망이도 곧잘 친다.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는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 3타점을 쓸어 담았다. 3일 현재 성적은 4경기 출전에 타율 3할3푼3리 3타점이다. 김성현은 “최근 잘 맞은 타구가 자주 나와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성현은 박진만(38)과의 주전 유격수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진만은 풍부한 경험이 강점이지만 장기 레이스를 치르기에는 체력적으로 버거울 수 있다. SK로서는 김성현이 주전 유격수로 자리 를 잡고 나주환(30)과‘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추는 것이 올 시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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