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 세계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특히 산학협동의 결실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그래핀은 반도체 소재용 탄소화합물로 기존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보다 전자이동성이 100배 가량 뛰어나며 신축성이 좋다. 때문에 휘어지는 화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곡면형 전자제품을 만드는 데 핵심 소재다.
삼성전자와 성균관대학교는 산학협동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그래핀을 합성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나노일렉트로닉스랩팀의 황성우 박사(전무)와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황동목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 기술은 세계적 권위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도 온라인 속보로 게재됐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그래핀 신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학의 기초과학과 기업의 응용기술을 연계한 산학협력의 대표적 성공모델이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신기술은 기존 그래핀 제작방법의 한계를 극복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 그래핀은 작은 결정 여러 개를 금속 기판 위에서 연결해 크기를 키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연결부위의 전자 이동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그래핀으로 부품용 소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전도성이 너무 좋은 금속기판은 적합하지 않아 전기를 전달하지 않는 부도체나 반도체 기판으로 합성한 그래핀을 옮겨야 하는데, 이때 그래핀이 너무 얇아 찢어지거나 접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성균관대 연구팀은 게르마늄 기판을 사용했다. 게르마늄 기판은 금속기판 같은 문제가 없어, 따로 그래핀 소자를 떼어내 옮길 필요 없이 그 자체를 반도체 소자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게르마늄 기판 위에서 합성한 그래핀은 연결부위 없이 마치 한 개의 결정 같은 구조를 갖기 때문에, 전자 이동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황성우 박사는 "그래핀 합성은 금속 기판 위에서만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다시 생각해봤더니 이런 새 기술이 가능해졌다"며 "발상의 전환이 획기적 기술을 낳았다"고 말했다.
이번 신기술로 그래핀의 상용화도 크게 앞당겨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래핀을 이용하면 반도체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 전달이 가능한 부품을 만들 수 있고 휘거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전자제품 개발 등이 가능하다"며 "둘둘 마는 디스플레이나 휘는 액정화면 등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그래핀의 크기를 더욱 키워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