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을 밟지 않아도 간다. 언덕길도 어렵지 않게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땀을 뻘뻘 흘릴 필요도 없고, 먼 거리도 갈 수 있다. 전기자전거 얘기다.
부담스러운 가격, 한정된 모델 등으로 '구경거리'에 불과하던 전기자전거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새로운 이동수단은 물론 레저용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면서, 전기자전거는 이제 일반자전거는 물론 오토바이 수요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전기자전거는 약 1만5,000대. 1년 새 3배 수준으로 커졌다. 한 전기자전거 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200대가 판매됐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4배 이상 성장한 것"이라며 "지금 속도라면 작년보다도 매출이 2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파이크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은 매년 약 10%씩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선진국 중심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연 220만대가 판매돼 25% 성장을 이뤘고, 일본에서는 45만대가 팔려 스쿠터까지 추월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많이 팔렸는데, 팔린 자전거 중 절반 가량이 전기자전거로 전해지고 있다.
워낙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스마트'라는 전기자전거 브랜드까지 갖고 있다.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푸조, 렉서스, 오펠 등도 자체 자동차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자전거를 생산하고 있다. 이동기술 선도 기업 이미지,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노린 것이긴 하지만 시장성도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보쉬 같은 자동차 부품회사들도 전기자전거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전기자전거는 한번 충전하면 시속 20~30㎞ 수준의 속도로 20~40㎞를 주행할 수 있다. 다리 힘에만 의존하는 기존 자전거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와 주행거리다. 그러다 보니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의 출퇴근용으로도 적합하다. 스쿠터 대신 동네 배달용으로 활용가치가 높고, 비포장도로나 비탈, 산악용 자전거로도 각광받는 분위기다.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에 순풍이 불기 시작한 건 무엇보다도 '착해진' 가격 때문. 핵심 부품인 2차 전지와 모터 가격이 기술개발과 대량생산을 통해 크게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만 하더라도 웬만한 오토바이 가격과 맞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만원 이하 제품도 있다"고 전했다. 월 30회 충전을 하더라도 1,000원 남짓한 전기요금 또한 매력이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업체들이 이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전통의 자전거 강자인 삼천리자전거와 코렉스자전거(알톤스포츠)를 비롯해 자동차부품사인 만도, 스포츠용품 프로스펙스를 만드는 LS네트웍스, 전기자전거 전문업체 VM, 벨로스타 등이 경쟁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도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자체 기술로 만든 전기자전거를 선보였다. 여기에 영국 브랜드 A2B, 일본의 야마하 등도 가세해 30여 브랜드 전체 100여 모델이 출시되어 있다.
VM 창업자인 조동범 전 대표는 "보험가입이 의무화된 50cc미만 오토바이시장을 결국은 흡수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판교, 동탄, 세종시처럼 대중교통 체계가 미비한 신도시 등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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