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일부 구간의 운행이 무려 5시간 동안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지하철 사고는 최근 닷새 간 4건, 특히 4월 들어서는 매일 발생해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오전 5시10분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을 출발해 시흥차량기지로 가던 회송열차가 숙대입구역~삼각지역 구간에서 탈선하면서 발생했다. 승객을 태우지 않은 열차여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복구 작업이 완료된 오전 10시23분까지 서울역에서 사당역으로 가는 하행선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상행선 열차는 20분 간격으로 지연 운행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연이어 터지고 있는 지하철 사고는 그 원인도 제각각이어서 정비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오후 지하철 1호선 열차가 청량리역에서 1시간 가량 멈춰선 것은 열차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의 이상이 원인이었고, 1일에는 1호선 서울역에서 구로역까지 전기가 끊겨 운행이 지연됐다. 2일에는 2호선 선릉역에서 자동운전장치가 고장 나 열차가 멈춰 섰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잇따른 지하철 사고 원인에 대해 "코레일이 과도하게 인력을 줄인 결과 정비 업무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코레일은 2009년부터 2년간 경영 효율화 명목으로 철도 노동자 3만여명 중 5,000여명을 줄였다. 이 중 80% 정도가 차량과 선로 유지보수, 정비 인력이다.
3일 오전 발생한 지하철 4호선 열차 탈선도 부실한 점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바퀴의 베어링이 마모된 것이 차량 탈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베어링이 하루 이틀 새 닳는 것이 아닌 만큼 정비ㆍ점검만 제대로 했다면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은 신형 전동차의 경우 나흘에 한 번씩(2,500㎞ 운행 시), 10년이 넘은 구형 전동차는 사흘에 한 번씩(1,500㎞ 운행 시) 점검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철도 노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동차 점검을 매일 했지만 점검 주기가 계속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일 시민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경우 사고 위험을 차단하는 예방 정비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점검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사고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스템과 장비의 낙후 문제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하철은 1만여개의 복잡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데 이 중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열차가 멈춰선다"며 "승객 안전에 대한 장비와 시스템은 자체 점검을 통해 지체없이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4호선 쌍문역에서 한성대입구역까지 지하철로 출근한다는 이효준(28)씨는 "탈선 사고로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만 반복해 지하철 안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며 "평소 30분이면 직장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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