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시 야산에 추락한 무인항공기와 같은 달 31일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전체적인 기체 구조는 다르지만 크기와 작동 방식 등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군 당국이 이들 무인기를 북한제로 결론 내린 것도 두 기체에 연관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형태를 보면 파주 무인기는 납작한 삼각형 모양으로 스텔스기를 연상케 한다. 반면 백령도 무인기는 기체가 원통형으로 후방에 100도 각도의 V자형 날개가 달려 있어 북한이 최근 최전방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제 개량형인 방현Ⅰ·Ⅱ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력으로 두 기종이 휘발유를 썼으나 파주 무인기가 2기통 가솔린 엔진을 갖춘 데 비해 백령도는 4기통 엔진을 장착한 점이 다르다. 또 파주 무인기에만 엔진 배터리 앞ㆍ뒷면에 북한식 표현인 '날자(날짜)' 글씨가 표기돼 있었다.
크기나 중량 등 제원은 두 무인기가 비슷하다. 파주 무인기는 날개 폭 1.92m, 동체길이 1.43m, 높이 55.7㎝ 크기로 연료 완충 시 무게가 15㎏이 나간다. 백령도 무인기는 날개 폭 2.46m에 길이 1.83m, 프로펠러 50.8cm, 무게는 12.7kg으로 조사됐다. 비행 고도도 파주와 백령도가 각각 1~1.5㎞, 1.4㎞로 대동소이했고, 둘 다 시속 100~120㎞ 속도로 우리나라 상공을 선회했다. 다만 비행 방식은 S자 형태로 대청도와 소청도 일대를 촬영한 백령도 무인기와 달리 파주는 직선으로 수도권을 침투했다가 되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두 무인기의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위장에 신경을 썼다는 점이다. 둘 다 비행체 전체를 하늘색으로 칠하고 흰색 구름무늬를 덧칠한 외관을 갖고 있다. 또 파주 무인기는 탄소합성소재인 폴리카본에이드를 사용했고, 백령도 무인기는 유리섬유를 겹겹이 쌓아 레이더 감시와 추적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무인기가 발사대를 이용해 이륙했다가 정해진 지점에 낙하산을 펴고 착륙하는 방식을 쓴 것도 군 당국이 군용으로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다.
일본제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한 점도 두 기종이 똑같다. 파주는 캐논 550D DSR, 백령도는 니콘 D800 DSR 카메라를 탑재했는데, 실시간으로 사진을 송ㆍ수신하는 것이 아니라 정지 영상을 찍은 다음 귀환해 회수하는 방식의 초보적 장치로 분석됐다. 인공위성 위치정보(GPS) 수신용 안테나도 파주ㆍ백령도 무인기에 모두 달려 있었다.
추락 원인은 파주와 백령도가 각각 엔진 고장 및 연료 부족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백령도 무인기는 착륙용 낙하산이 펴지지 않았던 반면, 파주는 발견 당시 낙하산을 펼친 상태로 지상에 떨어졌다. 군 관계자는 "초보적 수준이긴 하지만 파주ㆍ백령도 무인기가 기체 구조나 엔진 등에서 차이가 나는 점으로 미뤄 북한군이 다양한 무인기를 제작해 성능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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