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하던 지난달 31일 오후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는 북한에서 발진한 뒤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까지 날아왔다가 연료가 떨어져 엔진이 정지되는 바람에 추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당국은 백령도와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북한군 대남작전 총괄기구인 정찰총국이 제작했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3일 "백령도에서 발견된 이 무인기는 추정컨대 북한 쪽에서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로 와서 추락했다"며 "소청도와 대청도를 훑듯 지그재그 형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을 촬영한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청도와 대청도에도 군사시설이 있다"며 이 무인기가 섬에 있는 군 기지를 촬영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군 당국은 이 무인기가 비행 당시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발사한 포탄의 탄착군을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무인기는 백령도에 도착하자마자 연료 고갈에 따른 엔진 가동 중단으로 추락, 백령도 일대를 촬영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무인기가 소청도를 거쳐서 대청도를 떠나 백령도로 향한 시간이 같은 날 오후 2시47분으로 파악되면서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의 NLL 포격훈련 당시 무인기가 2대 이상이 정찰활동을 펼쳤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백령도 주둔 해병부대가 레이더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비행체를 향해 벌컨포를 쏜 시간은 이보다 앞선 낮 12시42분이기 때문이다. 백령도 서곶교회 인근 밭에 추락한 무인기는 오후 3시 이후 백령도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괴 비행체의 고도가 높아 미그기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무인기에는 일본제 니콘 D800 DSR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고 4행정 엔진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표면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폼코어'(유리 섬유를 겹겹이 쌓은 재질)로 이뤄졌고 비행 경로 조정용 위성항법장치(GPS) 안테나 2대가 설치돼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비행자료 송ㆍ수신기가 있지만 실시간 영상 전송 능력은 없는 회수용 무인기"라고 설명했다. 이 무인기는 지상 1.4㎞ 고도를 100~120㎞ 속도로 비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백령도 무인기 카메라에는 모두 소청도와 대청도 군 시설이 포함된 100여장의 사진이, 파주 무인기에서는 경기 북부와 청와대 등 서울지역 사진 193장이 확인됐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파주 무인기에서 우리 국민의 지문이 아닌 것을 몇 개 확인했다"고 밝히는 한편, "북한의 소행이라고 명확하게 판정되면 당연히 영공 침해이고 불법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 차원, 또 국제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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