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정보 당국이 파주 추락 무인항공기가 북한제일 가능성이 농후했는데도 일주일 이상이나 지난 뒤에야 조사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해 늑장 보고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북한 무인항공기에 허를 찔린데다, 보안 기밀에 해당하는 청와대 항공 촬영 사진까지 유출돼 안팎으로 보안망이 뚫렸다는 점에서 심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2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어 무인항공기 대책을 두고 3시간여의 회의를 벌였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24일 파주에서 항공기가 추락 상태로 발견된 지 9일이나 지난 뒤다. 무인기 탑재 카메라에 청와대를 촬영한 사진 등이 담겨 있었음에도, 청와대가 관련 보고를 늦게 받아 안보 위험성을 뒤늦게 인식했다는 걸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 경호실이 지난달 26일 무인기의 북한 관련성을 이미 지적한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속단하지 말라"고 어이 없는 주문까지 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의 이 같은 뒷북 대응은 군과 국정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추락 무인기에 대한 판단을 지체해 늑장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민간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북한제 가능성이 이미 제기됐지만, 조사단은 백령도에서 또다른 무인기가 추락한 지난달 31일 이후에서야 급박하게 북한제라는 판단을 내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심증적으로 보는 것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다르다"며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북한제라는 결론을 내며 제시한 '낙하산식 회수방법'이나 '가용날자'라는 북한식 표현, 잔여 연료량, 촬영 사진으로 통한 비행경로 등은 분석 초기에도 알 수 있는 것들이어서 국방부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또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은 해상도가 낮아 정찰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공개된 사진에는 청와대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군이 북한제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의도적으로 보고를 미룬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군 당국이 초기에 안이하고 나태하게 대응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늦어졌다"며 불만 기류가 높다. 일각에서는 "군이 방공망이 뚫린 데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뭉개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파주 추락 무인항공기가 청와대를 촬영한 사진이 3일 일부 언론에까지 공개되자 청와대는 그야말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촬영 사진은 국가보안시설 관리지침상 외부에 공개 되어서는 안 된다"며 "사진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