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책임이 큰 국제기구 의장이 된 데 감사하고, 앞으로 개도국의 식물보호 능력 개발에 앞장서겠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의장으로 첫 여성 한국인이 선출됐다. 임규옥(52)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은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본부에서 열린 국제식물보호협약(IPPC) 총회에서 제8대 IPPC 의장으로 뽑혔다. 130여 개 회원국 중 반대한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임 연구관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최초’ 타이틀을 2가지 얻었다. 한국인 최초, 아시아인 최초로 UN 산하 농업기구 의장이 된 것이다. IPPC는 식물 병해충으로부터 농업과 환경을 보호하는 기구로 1951년 설립돼 현재 전세계 181개국의 회원국이 가입해 있다. 농업 분야의 중요 국제기구로 주요 임무는 식물검역 국제기준 제정과 이행을 위한 국제 협력 등이다.
임 연구관이 의장으로 선출된 데는 우연이나 행운이라기보다는 끈질긴 노력이 뒷받침했다. 지난 10여 년간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펼친 임 연구관의 뛰어나고 성실한 활동을 회원국들이 인정한 것이다. 그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9차례나 IPPC 총회에 참석했고, 2013년까지 부의장을 맡았다. 지금도 재정위원회 의장과 회원국 능력개발 위원회 위원이면서 아태지역식물보호위원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호주, 일본, 미국, 네덜란드와의 식물검역 양자회의 등을 도맡아 온 베테랑 전문가로 손꼽힌다.
임 연구관은 “무엇보다 본인을 지지해준 회원국과 이렇게 막중한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지원해준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2년간 IPPC를 이끌게 돼 영광스럽다”며 수락연설을 마쳤다.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다. 우선 동물보다 관심이 적은 식물위생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국제기준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 역할도 강화해야 할 부분이다. 아시아지역 나라들이 저마다 농업분야에서 자신들의 입지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들과 과연 어떻게 협력관계를 모색해 기구를 조화롭게 이끌어 갈지도 큰 과제이다.
임 연구관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간 IPPC 핵심 활동이 국제기준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국제기준을 잘 준수하고 개발도상국 능력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약과 회원국으로부터 받은 의장의 권한과 임무를 활용해 식물위생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회원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제기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 연구관은 4일(한국시간)부터 2016년 4월까지 두 차례의 연례총회와 의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IPPC 사업을 실제로 수행하는 사무국을 감독하게 된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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