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벌인 대형 국책사업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도 건설업계의 담합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라뱃길 사업에서 대규모 담합을 적발한 것이다. 2012년 4대강사업에서 19개 건설사가 참여한 담합을 밝혀낸 데 이어 2년 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개 대형 건설사가 2009년 4월 열린 아라뱃길 6개 공구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입찰 전에 입찰할 공구를 나누거나, 다른 회사가 사업을 따도록 입찰에서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경쟁을 피했다.
공정위는 이들 모두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11개 건설사에 과징금 991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대우건설이 164억여원으로 가장 컸고 SK건설과 대림산업(149억여원), 현대건설(133억여원)순이다. 공사금액뿐만 아니라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등을 고려한 금액이다. 공구분할에 참여한 6개 기업의 전ㆍ현직 임원 5명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임원 1명은 조사에 협조한 점을 참작해 고발하지 않았다. 법을 크게 어긴 9개 기업도 고발할 계획이다.
담합은 아라뱃길사업이 민자사업에서 정부사업으로 바뀐 2008년 연말부터 이뤄졌다. 먼저 현대 GS 대우 SK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6개 기업이 입찰할 공구를 나눠 가졌다. 현대(제1공구) 삼성(제2공구) GS(제3공구)는 짠 대로 입찰해 사업을 따냈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제6공구)의 경우는 SK건설(제5공구)이 당초 약속을 어기고 제6공구를 낙찰 받는 바람에 헛물만 켰다. 현대산업개발(제4공구)과 동부건설(제5공구)은 공구분할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다른 기업을 들러리로 세워 공사를 땄다.
한라건설 등 나머지 7개 기업은 입찰 들러리를 섰다. 동아건설산업은 제3공구 입찰에서 설계사에게 일부러 싸구려 설계를 부탁했고 현대엠코, 남양건설, 금광기업은 투찰가격을 입찰 전에 낙찰 예정 기업에게 알렸다. 들러리를 선 대신 다른 공공사업에서 도움을 받은 기업도 있었다. 제4공구에서 남양의 도움을 받은 동부는 또 다른 공공사업에서 남양의 들러리를 섰다.
건설사들은 공정위 결정에 내색은 못해도 불만이 가득하다. A건설사 관계자는 "3개 기업이 제6공구를 두고 경쟁했는데 뭐가 담합이냐"라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업계 지인끼리 만나서 '너희 회사는 어디에 입찰하냐'고도 못 물어보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신영호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공정한 경쟁을 막는 행위는 감시를 강화하고 엄중히 제재해야 한다"며 "건설사의 부당한 관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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