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는 세계 최대 맥주 양조장(26만㎡ㆍ약 9만평)인 '기네스 스토어하우스'가 있다. 아서 기네스(1725~1803)가 1759년 단돈 100파운드를 주고 시 당국과 무려 9,000년간 임차계약을 맺고 확보, 세계 최초로 흑맥주를 빚은 곳이다. 보리를 싹 틔운 맥아를 검게 태워 흑 맥주를 만드는 과정과 250여년이 넘는 기네스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8층 전망대에 오르면 방문객에게 맥주 1파인트(0.57ℓ) 한잔을 무료로 준다. 흑진주처럼 영롱한 액체, 카푸치노처럼 풍성한 거품, 묵직하고 쌉쌀한 기네스 특유의 맛이 일품이다.
■ 맥주는 크게 발효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용기 위쪽에 효모가 거품처럼 뜨는 상면발효맥주(Aleㆍ에일)와 아래쪽으로 가라앉는 하면발효맥주(Lagerㆍ라거)다. 에일은 영국 고대어 'alu'에서 왔는데, 보리로 만든 술을 통칭했다. 에일맥주는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도 볼 수 있는 가장 전통적 제조 방식이다. 실내온도와 가까운 18~25도 정도에서 짧은 시간 발효시키는데, 맛이 깊고 묵직한 게 특징이다. 가정에서 만든 유럽 하우스맥주는 모두 이 계통이다. 아일랜드의 '기네스', 진한 거품의 영국 '포터', 밀로 만드는 벨기에 '호가든' 등도 여기에 속한다.
■ 라거맥주는 7~15도 정도의 저온에서 장시간 발효 숙성한다. 독일어 '저장품(lager)'에서 유래했다. 깔끔하고 상쾌한 맛을 내며 도수도 비교적 낮다. 19세기 중엽에 독일 양조사인 조셉 그롤이 체코 필센지방 양조장에서 처음 빚었는데, 양조장 지하저장고가 서늘해 새로운 맥주 탄생이 가능했다고 한다. 현재 대세는 미국과 일본 등의 대형 맥주업체들이 만드는 라거다. 세계 맥주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 최근 하이트진로와 OB가 에일 맥주를 잇따라 출시했다. 1930년대 일본에서 맥주 제조기술을 받아들인 국내 업체들은 그 동안 라거맥주만 만들어 왔다. 신세계도 에일맥주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젊은층의 개성 강한 맥주 선호 추세 때문인데, 국산 에일맥주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가. 올여름 맥주시장 관전포인트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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