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업무상 질병 중 근골격계 질환이 10명 중 7명 꼴로 생산성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심각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정애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최한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관리와 노동생산성' 토론회에서 원종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은 근골격계 질환자는 5,445명으로 전체 업무질병자(7,630명)의 71.4%에 이른다"고 밝혔다. 근골격계 질환은 손목터널 증후군, 근육통, 인대염증 등으로 장시간 반복적인 작업을 지속했을 때 쉽게 발생한다.
비중은 높지만 이조차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와 산재보험 가입자 숫자가 비슷(1,400만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011년 22만명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급여현황에서도 2012년 근골격계 질환 진료비는 5조4,016억원으로 전체 질병 진료비의 2위(11.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고용불안으로 산재 신청을 기피하는 경향이 크다. 민주노총이 2012년 학교급식조리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8%가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했지만 산재보상을 받은 비율은 9%뿐이었고 89.2%는 본인 부담으로 치료했다. 진료비를 산재 처리하면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72.7%에 달했다. 원 교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발생 위험도는 사무직에 비해 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산재신고 누락, 인정범위 축소 등으로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심각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발병 빈도가 늘어나는 근골격계 질환 특성상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노동 생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스티븐 베번 영국 랭커스터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고령화 추세로 볼 때 2030년 근골격계 질환이 노동생산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비영리 연구재단 '더 워크 파운데이션(The Work Foundation)'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은 1998년 노동현장의 근골격계 질환자를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근골격계 질환 영구 장애 발병률이 40% 감소했고 보건의료비용 지출도 40% 줄었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근골격계 조기진단에 1유로를 투자할 경우 9유로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재단은 분석했다.
한정애 의원은 "근골격계 질환 조기 진단은 노동자 건강증진, 기업의 노동생산성 제고, 사회적 비용절감을 이루는 만큼 노사정이 사회적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철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과장은 "상반기 내에 자동차, 조선 등 근골격계 질환이 자주 발생하는 사업장의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고령화에 따른 근골격계 예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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