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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4월 4일] 기업임원 연봉 공개의 다음 숙제

입력
2014.04.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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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말 대기업 등기임원의 연봉이 공개되었다. 재벌 대기업에서는 회사 임원들의 1년 수입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과연 누가 국내 연봉왕이 될 것인지에 대해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등기임원 개개인의 연간 소득을 공개해야 하는 기업들에서는 여론 반응에 꽤나 눈치작전을 쓰며 공개 시한의 막판에 몰려 발표하였다. 어쨌거나,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공개는 투명사회로 나아가는 좋은 변화이다. 우리 사회에 날로 소득격차가 심해져 큰 걱정거리가 되는 마당에 그 격차의 실상을 드러내 불평등을 좀 줄여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되는 일이니 더욱 반길만하다.

공개된 대기업 임원연봉을 살펴보니, 실로 엄청나다. 물론, 기업마다 천차만별로 다양하지만, 최고경영자(CEO)의 1년 소득이 최소 10억~20억원이고 최고의 연봉으로 300억원 넘는 금액이 공개되었다. 300억원의 연봉이라면 2013년 월급쟁이 평균 연봉 2,181만원의 다섯 배를 대충 하루 일당으로 벌어들였다는 얘기이니 대단한 CEO이다. 이번 공개에서 등기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빠진 재벌 총수들의 연 수입이 추가로 공개된다면, 서민들에게 더 큰 놀라움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기업경영을 대표하여 책임지는 임원들이니만큼 제대로 보상해줘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제대로'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할지를 따지기 시작하면 얘기는 좀 복잡해질 듯하다. 우선, 대기업의 직원 급여 평균과 비교하면, CEO 연봉의 크기는 대략 20배~500배에 해당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기업에서 종사하는 계약직이나 사내하청 등과 같은 비정규직의 2013년 평균 연봉 1,710만원을 비교 대상으로 삼을 경우에는 CEO 수입은 그들의 110배~1,750배로 엄청나게 늘어난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주 40시간을 일해 한 해 동안 벌은 총 급여 1,016만원과 비교한다면, CEO 연봉은 200배에서 3,000배란 천문학적 격차로 늘어난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의 수가 작년에만 209만명에 달한다니, 이들에게는 대기업 CEO의 연봉이 하늘의 별처럼 아련하기만 할 것이다. 이같이 연봉 차이를 계산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나 빈부격차가 만들어지는 사정을 헤아려보게 된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소득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노동자들의 분배 몫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떠올리다 보면 이번에 공개된 대기업 임원들의 어마어마한 연봉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소득격차가 이리도 심각하니 CEO의 연봉을 제한하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실제, 얼마 전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에서 부결되기는 하였으나, CEO의 연봉이 직원 최저 급여의 12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자는 법의 제정이 시도되었다. 아직은 기업 경영진의 소득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거부되고 있지만, 요즘처럼 기업의 수익논리가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빈부격차의 문제가 감당키 힘들 만큼 심각해지면 많은 나라에서 CEO 연봉상한법을 제정하겠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여건에서는 CEO 연봉 제한이 시기상조일 듯하니, 당장 소득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해법으로 대기업의 수익을 낳는데 기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상장기업들에게 고용ㆍ임금ㆍ산업안전 등에 대한 사회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여 공개토록 하는 프랑스의 블랑소샬(Bilan Social) 법 조항이 좋은 대안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이 경영진 연봉뿐 아니라 비정규직 종업원들의 임금수준과 청년ㆍ여성의 신규채용 등을 공개토록 하는 법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러면, 기업들이 경영진의 소득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나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아울러, 대기업 경영진의 화끈한 연봉잔치가 널리 알려진 마당에 곧 시작될 2015년 최저임금의 교섭에서도 저임금노동자의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확실하게 분발하길 기대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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