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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월 4일] 경계 실패, 축소, 은폐… 군 엄중히 문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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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월 4일] 경계 실패, 축소, 은폐… 군 엄중히 문책해야

입력
2014.04.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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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경기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북한제라는 확신을 갖고도 일주일 넘게 쉬쉬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공망이 뚫린 데 대한 문책을 두려워해 사건을 축소ㆍ은폐한 의혹이 짙다. 무인기 조사에 참여한 민간전문가들은 지난달 24일 추락한 무인기 회수 직후 북한제로 추정되는 근거들을 발견했다. 기체의 위장용 하늘색 무늬와 배터리에서 발견된 북한식 표기, 군에서 사용하는 십자용 낙하산 등으로 "한 눈에 북한군 무인기라고 생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군 당국은 처음부터 "민간업체의 무인기로 보이며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근접 촬영도 없었고 사진이 흐릿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촬영된 사진을 보면 청와대 전경이 선명하게 나타나 무인기가 청와대 바로 위를 비행하며 근접 촬영했다는 게 드러난다. 북한 소행 가능성도 지난달 31일 백령도 부근에서 발견된 또 다른 무인기가 북한제라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더는 숨길 수 없어 발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군 당국은 초동 단계에서 기체에 지문을 남겨 조사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고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군 당국의 행태에는 도무지 믿음이 가는 구석이 없다.

북한군의 도발에 당했을 때 군의 축소ㆍ은폐는 고질적인 병폐다. 재작년 강원도 고성에서의 북한군'노크 귀순'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경계초소를 자기 집 드나들 듯 한 사실이 발각될까 염려돼 해당부대부터 합참의장까지 거짓말 대열에 가담해 파문이 일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에도 늑장 보고를 은폐하기 위해 사건 발생 시간을 조작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번 무인기 사태에 대한 군의 부실 대응은 적당히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청와대 방공망이 뚫린 것만도 큰일인데 사건을 축소ㆍ은폐까지 했다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 청와대는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허술한 방어태세도 문제지만 군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땅에 떨어진 것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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