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헌법해석변경을 추진중인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방안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 등 한국이 우려했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수방위에 입각한 헌법9조의 틀을 흔드는 내용도 적지 않아 일본 국내는 물론 주변국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사적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이하 간담회)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대상을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 방치하면 일본의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해당 국가의 명확한 요청이 있을 경우 등 6가지 전제조건에 한정한다는 보고서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는 자위대가 제3국 영역을 통과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자위권 행사 여부는 총리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국회의 사전 승인을 의무화하되 긴급시에는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일본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 사례도 마련중이다. 이에는 일본 지역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중인 미군에 대한 공격 차단 및 미군 공격 국가에 무기를 제공하는 선박에 대한 선상조사, 원유 수송로의 기뢰제거활동,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하는 국가에 무기를 제공하는 선박을 일본으로 강제 회항하는 방안이 등이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국내외 반발을 우려, 한반도를 비롯한 타국 영토에서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세웠다.
반면 헌법해석변경이 현행 헌법과 충돌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헌법 9조에는 전력보유는 물론 교전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립정당인 공명당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각의결정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변경하고 싶다면 헌법개정을 통한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헌법해석을 둘러싼 최고 책임자는 총리다. 정부의 (국회) 답변에 대해서도 내가 책임진다"라며 각의결정에 의한 해석변경 강행의지를 보이자, 고가 마고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은 "어리석은 도련님"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 뒤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그런 임시변통은 통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도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을 경우 허용하는) 개별적 자위권 행사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당내외 반발에 부딪힌 아베 총리는 4월중 최종 확정키로 했던 보고서 작성을 5월로 미루고 당내 협의를 서두르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내에 헌법해석변경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욕은 변함이 없다. 그는 이를 위해 2012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약으로 내건 국가안전보장기본법(안보기본법) 제정을 미루기로 했다. 대신 자위대의 행동수칙을 규정한 자위대법, 한반도 유사사태에 대비한 주변사태법 등 개별법을 우선 정비키로 했다. 아베는 당초 상위법인 안보기본법을 제정, 정권이 바뀌더라도 집단적 자위권 해석을 더 이상 변경하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으려는 의도였지만, 국회 심의 장기화로 개별법 통과마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새로운 무기수출 원칙을 각의결정, 미국의 동의를 얻어낸 것도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변경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미국의 적극적 지지를 내세워 국내 반대여론을 뒤집겠다는 의도이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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