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동북아 안보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한국으로서는득일까 실일까.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일본의 속셈과 파장을 외교부 동북아국장을 지낸 조세영(사진) 동서대 특임교수에게 들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윤곽이 거의 나오는 것 같다. 주목할 내용은.
"집단적 자위권을 어떤 경우에 행사하는지, 그리고 어떤 절차를 거쳐서 행사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자의적 행사 가능성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서 엄격한 발동의 기준과 절차가 어떻게 명문화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의 의미는.
"아베 총리가 내세운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말대로 일본의 안보정책이 억제적 기조에서 능동적 기조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나 북한으로부터의 안보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그간 헌법해석으로 금지했던 공격적 군사능력의 보유를 허용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안보정책은 아베 정권 이전부터 일본 국내에서 확산돼왔다. 1990년대 중반 '미일동맹 재정의' 이래 일본 정부가 20년 가까이 종합적인 포석을 두어온 결과다. 최근에 무기수출 3원칙을 폐기하고 대외원조(ODA)를 군사 목적에도 사용 가능하도록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안보정책 전환을 동북아지역 힘의 균형 변화라는 커다란 맥락에서 조감해야 한다."
-일본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더 많은 것 같다.
"집단적 자위권을 해금하는 것은 안보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데도 불구하고 헌법개정이라는 정공법이 아니라 내각의 헌법해석 변경이라는 편의적 방법으로 처리하려는데 대한 비판이다. 집단적 자위권 허용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일본사회의 보수화로 인해 집단적 자위권 해금에 제동을 걸릴지 의문이다."
-한국과 중국, 미국의 반응이 다르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해금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미국은 냉전이 본격화한 이후 일관되게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를 요청해 왔다. 집단적 자위권 해금은 '아시아 회귀'라는 미국의 전략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주변국 반발이 고조되자 미 국방부 내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해금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제일 우려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말로 떠들기 보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대응을 하는 것 같다. 지난해 11월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라든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과 같은 조치들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허용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답변일지 모른다."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득인가 실인가.
"역사인식에서 퇴행하는 아베 정권이 한편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해금하려는 것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것이 대응책은 못 된다. 일본이 과거사를 철저하게 반성한다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찬성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무리 반대해도 아베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해금의 길을 갈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반갑지 않지만 이를 전제로 대응책을 생각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 주변지역 유사시, 그리고 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일본이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등 사안별로 나눠 봐야 한다. 한국의 안보와 국익에 도움 된다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 국익에 도움 되지 않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경우라면 반대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움직임이 중국이나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경우를 가장 주목해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안전보장이라는 이성을 앞세워 판단할 문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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