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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가요프로 포맷변화 기로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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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가요프로 포맷변화 기로 서다

입력
2014.04.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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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이나 댄스 등을 연출자에게서 검사 받고 무대에 오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시스템이 아닐까요."(가요기획사 관계자)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할지, 청소년 시청자를 보호해야 할지 방송사도 고민입니다."(지상파 방송의 가요 프로그램 PD)

여자 아이돌 그룹의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가 TV 화면을 채운 지는 이미 오래다. 이들의 '섹시 콘셉트'에 지상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 역시 도마에 올라 있다.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에는 대개 17~20팀이 출연하는데 그 중 13~15팀이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 프로는 금요일 오후, 토ㆍ일요일 낮 시간대에 방영되며 주 시청자는 10대 청소년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지상파 방송 3사의 심의책임자와 가요 프로 관계자를 불러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영되는 가요 프로에 선정적 동작과 신체 부위 부각 등 선정성 경쟁을 이용하거나 자극적 장면을 연출(노출 과다 의상, 선정적 안무 등)하는 것에 대한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심의 규정을 더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했다.

'뮤직뱅크'의 김호상 CP는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이후 의상과 안무 등을 가수들과 수시로 의논하며 무대를 만든다"고 했으며 '쇼! 음악중심'의 박현석 CP는 "청소년 시청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 문제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프로는 금요일 오후와 토ㆍ일요일 오후에 방송되고 있지만 15세 이상 시청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관련 PD들조차 "방송사가 자체 모순에 빠져있다"고 난처해 한다.

하지만 가수들은 표현의 자유가 벽에 부닥쳤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여성 아이돌 그룹이 의상과 안무를 가요 프로 PD 앞에서 검사 받고 무대에 오르는 일이 다반사"라며 "음악에 맞춰 의상을 준비하고 안무를 짰는데 지적을 받으면 의상과 안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로 인한 제작비 등의 추가 지출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여자 아이돌 그룹의 과도한 경쟁이 낳은 산물이다. 이들 지상파 가요 프로는 시청률이 2~5%대에 불과하지만 출연자들의 경쟁은 꽤나 뜨겁다. 게다가 출연자 대부분이 아이돌 가수여서 트로트 등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고 싶은 시청자는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전 연령층이 공감할 프로그램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KBS '불후의 명곡'은 최근 이미자, 이선희, 정미조, 주현미 등을 출연시켜 반향을 일으켰다. 시청률이 10%를 넘은 것은 물론이고 MBC '무한도전'이나 SBS '스타킹' 등을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불후의 명곡'이 이런 반응을 얻게 된 과정도 중요하다. 처음에 MBC '일밤_나는 가수다'의 아류로 여겨졌던 '불후의 명곡'은 가요계의 전설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20대부터 60대 이상 시청자를 껴안았다.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나와 열정적인 무대를 꾸미는 것도 볼거리다.

이 때문에 가요 관계자들은 지상파 방송이 가요 프로를 발라드, 댄스, 트로트 등 여러 음악이 공존하는 포맷으로 돌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변화도, 메시지도 없이 10년 넘게 같은 방식을 고수한 것을 바꿀 때가 됐다는 것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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