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귀생 통어복이면 필승', 조남철 선생이 지은 '위기개론'에 나오는 유명한 바둑 격언이다. 어복(魚腹)이란 바둑판의 중앙을 말하는 것으로 '네 귀의 실리를 차지한 후 중앙까지 관통한다면 무조건 이긴다'는 뜻이다. 이 격언대로라면 이 바둑도 백이 4귀를 차지했으므로 중앙만 무사히 수습하면 무난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흑으로서는 중앙 백돌 공격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수순 중 3으로는 1, 3으로 둔다든지 해서 자기 집을 챙기면서 공격하는 게 보통이지만 백돌이 너무 쉽게 안정되므로 최강으로 버틴 것이다. 하지만 이세돌은 대마의 생사가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듯 유유히 흑진 속을 헤쳐 나갔다.
13은 A의 단점을 지킨 것이지만 너무 느슨했다. 지금은 흑의 실리가 부족하므로 1로 꽉 이은 다음 A로 뛰어서 실리를 챙기는 뒷맛을 남기는 게 더 나았다. 실전에서는 거꾸로 16, 18을 당해서 집 차이가 더욱 커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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