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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된 쓰레기… 긍정의 힘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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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된 쓰레기… 긍정의 힘이 만든 기적

입력
2014.04.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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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곽에 위치한 자르딤 그라마초는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쓰레기 매립지다. 쓰레기가 구릉을 이뤘고 까마귀 떼가 날아다닌다. 화면만 봐도 코를 움켜쥘 지경이다. 다들 외면하고 싶은 곳에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쓰레기더미를 뒤진다.

희귀하지 않다 해도 자르딤 그라마초가 빚어낸 풍광은 끔찍하다. 불결과 가난을 온몸으로 말하는 듯한 사람들이 삶을 잇는다.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이들에게 탈출구는 없는 듯하다. 그래도 그들은 각자의 꿈이 있다. 근사한 이성을 만나 달콤한 사랑을 하려 하고 자녀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음에 그린다. 물론 언감생심으로 보이지만.

꿈과 희망이 무지개와 다름 없을 자르딤 그라마초의 사람들에게 저명한 사진작가 빅 무니즈가 찾아간다. 브라질 출신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던 그는 자르딤 그라마초 사람들을 모델로 한 작품을 만들려 한다. 무니즈는 쓰레기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과 2년 동안 어울리며 쓰레기를 활용한 '예술사진'을 완성한다. 이 작품들은 모델이 됐던 자르딤 그라마초 사람들의 삶을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다큐멘터리영화 '웨이스트 랜드'는 이 과정을 차분히 전달하며 진정한 예술과 삶이 무엇인지 반문한다.

무니즈는 자르딤 그라마초에 도착했을 때 이렇게 말한다. "멀리서 봤을 때 사람들은 피로에 찌든 일개미처럼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웃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편견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자 했던 무니즈도 누구나 가질만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었던 셈이다. 무니즈가 밝힌 자르딤 그라마초에 대한 첫 인상이 암시한 듯 영화는 쓰레기에 의지해 살지만 누구 못지않게 건강하고 깔끔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일을 마친 뒤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코를 잡으며 싫어해도 "길거리의 (화려한) 창녀보다 떳떳하다"고 말하는 여성, "99와 100은 다르다"며 쓰레기장 일로 세상을 100으로 만드는 자신의 가치를 긍정하는 노인 등의 삶이 스크린에 전시된다. 간혹 신생아 시체를 마주하며 자신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을 인식하지만 자르딤 그라마초의 사람들은 대체로 인생을 긍정한다. 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려 하고 자원 재활용에 기여하는 자신들의 활약을 알리려 한다.

무니즈는 자르딤 그라마초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뒤 이를 큰 공터에 밑그림처럼 투영한다. 그리고 쓰레기를 활용해 일종의 모자이크 그림을 완성하다. 무니즈는 이를 다시 사진에 담아 대형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영국 런던의 유명 미술 경매장에 내다팔기까지 한다. 수익금은 자르딤 그라마초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쓰레기 더미에서도 꼿꼿이 핀 삶을 예술로 승화하고 그 예술로 얻은 재화가 희망 없는 삶에 도움을 주도록 한 것이다. 영국 출신의 루시 워커 감독과 무니즈가 예술과 삶에 대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 할 수 있다. 3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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