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맞아 연극인들이 한데 뭉쳤다. 4월4일부터 9월28일까지 제2회 셰익스피어 문화축제를 진행하는 셰익스피어 학회가 이윤택, 기국서 등 중견 연출가들과 손잡고 공연 릴레이를 이어간다. 지난해 셰익스피어 축제는 프로 극단의 공연 없이 아마추어 공연과 시민참여행사만으로 이뤄져 아쉬움이 컸었다.
셰익스피어 문화축제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은 연출가 이윤택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450주년이라 곳곳에서 공연을 올리지만 메시지나 개성이 없다"며 "이 문제로 고민하던 중 셰익스피어 학회가 먼저 연극인들과 함께하자고 제안해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4일부터 6월18일까지는 이채경, 오세혁, 백하룡 등 신예 연출가들과 일본 연출가 오카노 이타루가 잇달아 게릴라극장 무대에서 '셰익스피어의 자식들'이란 이름 아래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재해석하는 연극들을 공연한다. 첫 테이프는 독일의 현대극작가 모리츠 링케의 작품을 연출가 이채경이 무대화한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가 끊는다. 지구 종말의 순간, 모두가 죽어가는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장면을 발견하는 연극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로미오와…'의 바통은 오세혁 작ㆍ연출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이 이어받는다. 5월1일부터 18일까지 공연하는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의 리어가 돈키호테를 한국의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다는 설정이다. 백하룡이 연출하는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5월22일~6월18일), 오카노 이타루의 '레이디 맥베스'(6월14~18일)는 모두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가다듬은 작품이다.
국내ㆍ외 중견 연출가들이 맡는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연극'(6월20일~7월27일)은 색다르면서 묵직한 셰익스피어의 진한 맛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알렉시스 부크가 연출하는 영국 런던 웨스트 엔드의 인기 코미디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6월20~28일ㆍ충무아트홀)은 37개 셰익스피어 작품을 97분 길이의 한 편으로 엮어낸 독특한 연극이다. 랩 음악으로 표현한 '오셀로', 요리 쇼로 뒤바꾼 '타이투스 안드로니쿠스' 등을 배우 3명이 100개가 넘는 배역을 넘나들며 코믹하면서 정교하게 풀어낸다. 기국서가 극을 쓰고 이윤택이 연출하는 '미친 리어2'(7월12~20일ㆍ충무아트홀)는 평생 리어왕과 광대를 연기한 두 노배우의 이야기다. 동시대극으로 살아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양정웅(7월1~8일ㆍ충무아트홀)과 박근형(7월9~27일)이 각각 새롭게 연출해 무대화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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