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라면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죄다 ‘한 방’을 갖췄다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지긋지긋한 홈런 가뭄에 ‘가슴앓이’를 하는 선수도 있다.
‘무홈런’ 부문 단독선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톱타자 벤 리비어(26)다. 그는 3일(이하 한국시간)현재까지 근 3년째 담장 너머로 타구를 날리지 못하고 있다. 리비어는 2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석 무안타에 그치며 달갑지 않은 신기록을 새로 쓰게 됐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로체스터 시절이던 2011년 5월30일을 마지막으로 홈런을 친 이후 2일까지 개인 통산 1,410타석째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아예 데뷔할 때부터 홈런이 없는 선수는 제외하고, 한 차례 홈런을 친 바 있는 타자만을 따졌을 때 흑인리그가 통합된 1947년 이래 미국프로야구 최장 타석 무홈런 불명예다. 종전 기록은 밀워키 브루어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던 내야수 팀 존슨이 1973∼1979년에 세운 1,408타석 연속 무홈런.
리비어는 3일 텍사스전에서도 5타석 모두 범타로 물러나 무홈런 기록을 1,415타석으로 늘렸다.
데뷔 직후부터 이어진 무홈런 기록은 더 길다. 그레그 그로스는 1973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데뷔한 이래 1,887타석(1973∼1977년) 연속 무홈런 기록을 작성했다. 리비어가 앞으로 476타석을 소화하는 동안에도 홈런을 치지 못한다면 그로스의 기록마저 깨고 독보적인‘무홈런왕’에 오르는 셈이다. 리비어가 타격에 재능이 없는 건 아니다. 2010년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리비어는 빅리그 통산 타율 2할8푼5리에 84타점, 166득점을 기록 중이다. 2012년 말 필라델피아로 옮겨 현재 팀의 톱타자로 뛰고 있다. 지난해는 3할5리를 쳤다.
한편 1947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갔을 때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최장 타석 무홈런 기록은 1926∼1938년 토미 시븐노우가 세운 3,605타석이다.
국내 프로야구의 최장 연속 타석 무홈런의 주인공은 누굴까.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로 옮겨 톱타자로 뛰고 있는 이용규(29)다. 이용규의 기록이 리비어보다 더 길다. 이용규는 KIA에서 뛰던 2006년 9월13일 광주 LG전부터 2010년 7월29일 부산 롯데전까지 1,640타석 연속 홈런을 치지 못했다. 이용규는 지난해까지 프로 10년 통산 홈런이 16개뿐이다. 그러나 2010년 7월29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역대 7명밖에 없는 ‘1이닝 2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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