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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개 첩첩 봉우리, 그림처럼… 소수민족 순박한 삶, 이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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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개 첩첩 봉우리, 그림처럼… 소수민족 순박한 삶, 이웃처럼

입력
2014.04.0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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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m 내외의 동그란 산 봉우리들이 끝없이 펼쳐진 곳. 가는 길마다 흐드러진 노란 유채꽃과 거무스름한 흙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여행객을 반기는 중국 서남부의 가난한 고장.

몇 해 전부터 한국에서도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 문화와 자연을 보전하며 느림의 삶을 추구하자는 슬로시티(slowcity) 운동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관심을 살짝 중국으로 돌려 보면 가장 먼저 시선이 닿는 곳이 바로 구이저우성(貴州省)이다. 면적이 남한의 두 배 이상이고 인구도 3,000만명이 넘지만 중국에서 가난한 지역을 꼽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하지만 천혜의 자연환경과 17개 소수민족들이 저마다 풍습과 생활 양식을 지키면서 옛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어 잠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링허 대협곡과 완펑린

하늘에서 보면 한 지역을 찢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지구의 가장 아름다운 상처'라는 별칭이 붙은 마링허(馬嶺河) 대협곡. 구이저우성 서남부 싱이(興義)시 동쪽에 위치한 이 곳에는 2,000만년 전 지각이 갈라지면서 길이 75㎞, 너비 50∼150m의 협곡이 생겨났다고 한다. 협곡의 깊이는 100∼200m. 이미 협곡 도착 전 고속도로 위에서 내려 본 절경에 마음이 취한 채 탐방로를 걷다 아슬아슬한 구름다리 중간에 서니 많은 폭포와 동굴, 일부러 깎아 놓은 듯한 절벽이 시선을 어지럽힌다. 그래서 이곳은 국가급 풍경 명승구로 지정돼 있다. 2.5㎞ 길이의 길을 따라 걸으며 대협곡의 장관을 구경하는 것도 제 맛이지만 여름철 협곡을 따라 래프팅을 하면 즐거움이 두 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마링허 대협곡에서 30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흡사 한 장의 수묵화 그림을 보는 듯한 풍경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다름아닌 완펑린(萬峯林)이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바다 밑 암적(巖積)이 융기해 2만여개의 봉우리가 숲을 이루고 있다. 전동차로 이동하다 보면 노란색 유채밭과 초록빛 밀밭이 어우러진 독특한 형태의 팔괘(八卦)밭이 먼저 눈길을 끈다. 중국 도교사상을 그림으로 나타낸 팔괘 형태의 밭으로 비가 내리면 물이 한가운데로 빠진다고 한다.

어머니의 품 같은 완펑린 안쪽에는 소수민족인 부이족(布依族) 마을이 있어 이들의 생활상을 접할 수 있다. 이름 모를 채소를 손질하는 아낙네들과 마을 곳곳을 뛰어 다니며 노는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은 분명 어머니의 품 같은 완펑린의 따스한 기운을 받았으리라.

황궈수 폭포와 롱궁

구이양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면 구이저우성이 자랑하는 동양 최대 크기의 황궈수(黃果樹) 폭포가 있다. 이 지역에 황갈수라는 나무가 많아 이름이 정해졌다는 황궈수 폭포는 높이가 77.8m, 넓이가 100여m에 이른다. 폭포 뒤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에서는 전후는 물론 상하, 좌우에서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서유기의 손오공이 폭포 뒤에서 찾아낸 원숭이들의 보금자리가 바로 이 동굴 수렴동이다.

황궈수 폭포에서 물이 흘러 만들어 놓은 티엔싱차오(天星橋) 풍경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미관을 자랑한다. 돌과 나무, 동굴이 한데 섞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분재와 같은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 곳을 걷다 마주치는 은목걸이 폭포에는 오밀조밀한 시원함이 있어 황궈수 폭포의 웅장함과 비교된다.

황궈수 폭포와 티엔싱차오 풍경구에서 차로 30분 정도 이동하면 종유석 수동(水洞)인 롱궁(龍宮)을 만날 수 있다. 롱궁은 전체 길이가 15㎞에 이르는데 이 중 5㎞ 정도만 탐사가 끝났고 또 이 중 일부만 개방됐다. 보트를 타고 롱궁에 들어가면 기괴하게 늘어진 종유석을 볼 수 있다. 원숭이부터 독수리, 포도나무에 이르기까지 그 모양이 다양하다. 이 곳에서 중국 영화 '서유기'를 촬영했다고 하니 영화 속 몽환적 장면들이 머리를 스친다. 다만 동굴 조명의 색깔이 너무 다양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구이저우성 여행 가이드

'천무삼일청 지무삼리평 인무삼분전(天無三日淸 地無三里平 人無三分錢ㆍ하늘은 사흘 이상 맑은 적이 없고, 땅은 3리 이상 평탄한 곳이 없으며, 사람은 돈 서푼도 없다)'

구이저우성의 특징을 얘기할 때 흔히 듣는 말이다. 구이저우성의 중심 도시인 구이양(貴陽)이라는 지명 역시 해가 귀하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실제 구이저우성에서는 연중 3분의 2 이상 비가 내리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한다면 우비와 우산이 필수다.

음식은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베이징식, 광둥식, 쓰촨식과 다르다. 전반적으로 짭짤하고 기름기가 많다. 유채를 많이 재배하기 때문에 음식 기름은 대부분 유채 기름을 사용한다. 개고기를 즐기는 탓에 거우러우(狗肉ㆍ개고기)라는 간판을 단 음식점이 많다. 한국에도 친숙한 마오타이주(茅台酒) 외에 안?(安順) 지역에서 제조하는 안주(安酒) 등 전통 술?많아 애주가의 침샘을 자극한다.

구이양 대극장은 공연을 통해 한 자리에서 17개 소수민족의 특징을 볼 수 있도록 '다채귀주풍(多彩貴州風)'이라는 제목의 상시 공연을 하고 있다. 여행 일정이 촉박해 소수민족 마을을 방문할 수 없다면 이 공연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20년 전부터 관광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온 구이저우성 당국은 2007년 이후 한국 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구이양 시내는 물론 유명 관광지로 향하는 도로와 주요 관광지에서 한글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아직 정기 직항편이 없는 것이 흠이다. 구우저우성 당국은 최근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후난성(河南省) 장자제(張家界) 지역의 관광 산업이 한중 정기 직항편 때문에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정기 직항편 개설에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할 경우 대개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충칭(重慶)까지 직항편을 이용한 뒤 중국 국내 항공이나 버스 등을 이용해 구이저우를 찾을 수 있다.

구이양ㆍ안?ㆍ싱이=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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