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무원 A씨는 업무 관련 전문성을 쌓기 위해 휴직 뒤 자비로 일반대학원에 진학하려고 준비 중이다. 석ㆍ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국내 대학에 다니면 2년, 외국 유학은 기본 3년에 추가로 2년간 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2. 3년 전 임용된 공무원 B씨는 휴직을 하고 서울의 모 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다. B씨의 휴직 사유는 가사 및 부모 간병. 정부가 로스쿨 진학을 위한 휴직을 허용하지 않아 편법을 쓴 것이다.
편법으로 휴직을 하고 몰래 로스쿨에 다니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공무원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가 "공직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며 로스쿨 진학을 규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커져 논란이다.
2일 안행부에 따르면 공무원의 로스쿨 진학 규제는 2009년 로스쿨 개원 전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다. 개인 능력 계발을 위해 3년이나 휴직을 허용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로스쿨을 졸업하면 공직을 떠날 것이란 우려도 컸다.
공직사회에서 로스쿨에 대한 열망이 큰 집단은 검찰 사무직과 경찰, 경제부처 공무원 등이다. 검찰에선 그간 공식적으로 2명이 로스쿨 진학을 위해 사표를 낸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보다 많을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다. 김준규 검찰총장 시절에는 3년간 사무직 직원을 로스쿨에 보냈는데 휴직이 아닌 기관간 파견 형식으로 법 규정을 비껴갔다.
경찰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경찰이 1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은 휴직 기간 중 신고한 사유 이외의 활동을 하다 적발되면 경고나 징계를 받기 때문에 가까운 동료들에게도 로스쿨 재학 사실은 철저히 함구한다. 경찰청은 편법 휴직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휴직자 복무 점검을 하고 있지만 연간 1,000명이 넘는 휴직자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로스쿨만 못 다니게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최근 변호사 시장이 어려워져 공직을 떠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5년이나 휴직을 허용하는 외국 유학과 비교해도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경력 2년 이상 변호사 20명을 경감으로 특채하는 경찰에서는 "비합리적인 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학비 수천만원을 부담하고 휴직 기간만큼 승진도 늦어지는데 로스쿨만 막는 것은 정부가 없애려 하는 과도한 규제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행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국내 연수 휴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국민들이 공무원의 로스쿨 진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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