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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앞둔 은행권… 노조, 기선잡기 전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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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앞둔 은행권… 노조, 기선잡기 전초전

입력
2014.04.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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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국민은행 직원들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은행 노동조합원 수십여명은 "낙하산 사외이사 선임 반대"를 외치며 건물 안 진입을 시도했고, 사측 직원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몸으로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노조 측은 지주에서 선임한 사외이사 3명이 친경영진파로 구성된 낙하산 인사라며 항의표시로 주총장 진입을 시도한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조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 다동 씨티은행 본점에서 씨티금융지주 주총이 열렸는데, 이곳에서도 경영진과 씨티은행 노조원이 충돌했다. 조합원들은 "점포폐쇄 등과 관련해 교섭에 임했지만 사측은 어느 하나 해결해준 게 없다"면서 주총 진행을 방해했고, 하영구 은행장은 "교섭장소가 아닌 주총이 열리고 있는 장소"라며 대화를 거부했다.

시중은행들의 노사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은행마다 표면적 갈등의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세과시'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경영진과 노조는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 선임을 놓고 노조가 "관치금융 인사"라고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데 이어 ▲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 및 보증부대출 이자 과다수취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자 경영진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올해 출범한 국민은행 제3노조인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임 회장과 이 행장 등을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 손실과 관련해 배임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새 노조 관계자는 "임 회장은 일련의 사건의 핵심 책임자이면서도 오히려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은행의 신뢰 훼손 및 고객에게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 내 외환은행 노조도 최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한 소명과 KT ENS 부당대출 사건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외환 노조는 하나SK-외환카드의 합병을 놓고 지주와 갈등을 빚었다. 노조 측은 "5년 독립경영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대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노사대립이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통합에 속도가 붙으면 갈등은 다시 격화할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권에서 노사 갈등이 고조되는 것은 수익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조원으로, 전년(8.7조원)보다 53.7% 감소한 데다 합병을 앞둔 은행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부터 내놓은 것은 직원들 사이에 그만큼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사간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구조조정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씨티은행과 SC은행은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노사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이다. 양 은행 모두 최근 1년 새 당기순이익이 절반 가량 감소하면서 점포축소와 함께 수백명이 희망ㆍ명예퇴직에 들어갈 예정이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노조와 협의 없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경우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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