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스캔들에 휩싸였다. 리베이트와 횡령 등 혐의로 계열사 전ㆍ현직 임직원들이 구속되고, 검찰의 칼날이 그룹 주력계열사 핵심 CEO로까지 겨냥하면서, 롯데그룹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신동빈 회장이 '투명경영' '정도경영'을 거듭 강조해왔던 터라 그룹 이미지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은 지난 1일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기고,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롯데홈쇼핑 전ㆍ현직 임직원 4명을 구속했다. 그 동안 유통업계의 '갑을 논란'은 계속되어왔지만, 국내 최대 유통그룹인 롯데에서 실제 거액 뇌물사건이 터짐에 따라, 충격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분위기다. 세간에선 "빙산의 일각 아니겠느냐"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사건의 불똥이 롯데그룹 최대계열사인 롯데쇼핑을 이끌고 있는 신헌(60) 사장까지 튀었다는 점. 신 사장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일부 횡령액을 건네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 사장은 신동빈 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2012년2월 롯데쇼핑의 백화점부분 대표이사 자리를 맡았다. 쉽게 말해 국내 최대백화점인 롯데백화점 사장이라는 뜻. 신 사장은 취임 후 '젊고 패션이 강한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며 소통경영, 현장경영, 윤리경영 등을 강조해왔다. 특히 직접 고객들 앞에서 마술쇼를 기획하는 등 뛰어난 소통능력과 함께 '스타 CEO'기질을 보여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스캔들에 대한 그룹 내 충격은 더욱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롯데측은 일단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별도 입장은 없다. 신 사장 역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면서도 "아직 소환조사를 받거나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당초 이날 인도네시아 출장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하고 회사 외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유통업계 갑을논란 속에서도 큰 잡음 없이 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상당한 신뢰추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해 15.3% 성장한 7,73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두 홈쇼핑 업체들과 격차를 좁혀 온 롯데홈쇼핑 역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다른 홈쇼핑 업체들 역시 이번 수사가 업계전체로 확대되지 않을까 내부단속의 고삐를 죄는 분위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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