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물맛을 보증합니다! 우리는 워터 소믈리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물맛을 보증합니다! 우리는 워터 소믈리에"

입력
2014.04.02 18:33
0 0

"정수기사업은 렌털(대여)이 대부분이라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구조입니다. 소비자들이 물맛에 대해 물어올 때마다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워터 소믈리에'자격증을 알게 됐죠."

교원그룹 웰스정수기 연구개발팀의 김준수 과장은 사내에서 '물맛 감별사'로 통한다. 공정과정 마지막 단계에 물맛을 보면서 미네랄 및 마그네슘 함량 등을 감별하고, 맛에 이상이 있다고 느낄 경우 출하정지까지 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력'도 지녔다. 김 과장은 "사내에 워터 소믈리에가 3명 있는데, 3명 모두를 충족시킬 만한 결과가 나와야 양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꾸 눈치를 본다"며 웃었다.

포도주를 관리하고 추천하는 사람을 와인 소믈리에로 부르는 것처럼, 워터 소믈리에란 '맛 있는 물'을 제공하기 위해 물의 종류 성분 특성 등을 감별하는 전문가를 일컫는다. 지난 2012년 3월부터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워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기시험을 칠 수 있는 기본 요건부터 까다롭다. 김 과장은 "관련 학과를 전공해야 하고, 물 관련 쪽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 수자원공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며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5년간 교원에서 근무한 경험 덕분에 기본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김 과장이 워터 소믈리에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회사의 경영방침과도 맞물려 있다. 교원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가 동양매직 인수에 뛰어들며 양적 성장을 꾀하고 있었는데, 장기적으로는 질적 향상도 병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정수기 회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물맛부터 확실하게 잡고 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후 교원은 사내에 워터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을 위한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고, 김 과장과 김효범 대리, 현선영 대리 등 총 3명이 스터디 멤버가 돼 자격증 도전에 나섰다. 회사는 이들에게 학습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줬다.

지난해 4월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들은 그 후 약 6개월 간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준비했다. 필기시험은 ▦물의 역사 ▦수질 ▦종류 ▦인체와의 상관관계 등 75문제가 출제됐는데, 총 지원자 중 합격기준인 60점을 넘긴 사람은 20~30%에 불과할 만큼 난이도가 높았다. 김 과장은 "운 좋게 3명 모두 필기시험은 통과했는데, 다음 단계인 실기시험이 더욱 큰 고비였다"고 말했다.

물의 맛과 냄새 등을 구분하는 '물 맛 블라인드 테스트'(실기시험)를 준비하기 위해 김 과장은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며 생수 50여종을 사서 연습에 들어갔다. 6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신 그는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배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픈데도 처음에는 모든 물맛이 다 똑같게 느껴져 좌절한 적도 있었다"며 "2달 정도 지나자 서서히 물맛을 감별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통스런 과정 탓에 현재 국내 워터 소믈리에는 100여명 남짓뿐이다.

어렵게 워터 소믈리에가 된 이들은 현재 물맛 감별 작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김 과장은 "교원 연구개발센터를 국가공인 수질 전문시험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워터 소믈리에가 생각하는 '좋은 물'의 기준은 뭘까? 김 과장은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물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정수기 필터 또한 모든 물 성분을 다 걸러내기 보다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은 남기는 쪽으로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