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지 등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 역시 외부 공장에서 조립해 팔고 있다. 삼성전자와 사활을 건 스마트폰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부품 쪽에선 삼성전자 제품을 가장 많이 쓰는 고객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창업주 시절부터 내려온 이 같은 애플의 전략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직접 부품회사를 인수, '부품독립'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일본의 반도체업체인 르네사스SP드라이버(RSP)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RSP는 일본의 유력 반도체업체 르네사스가 샤프, 대만의 파워칩과 함께 설립한 업체로, LCD를 구동시키는 반도체를 생산한다. RSP는 전세계 중소형 LCD 반도체 시장에서 30% 점유율을 갖고 있다.
애플은 현재 르네사스가 갖고 있는 RSP 지분 55%를 매입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금액은 500억엔(약 5,100억원)으로 추정된다. RSP의 모기업 르네사스는 2010년 일본의 NEC, 미쓰비시, 히타치 3사의 반도체 사업부문이 합병한 회사다.
애플이 RSP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얇고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고민 때문. 화면이 커지면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데, 얇은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배터리 크기는 작아져야 한다. 따라서 애플은 낮은 전력으로 LCD를 작동할 수 있는 반도체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부품을 독자적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메모리 반도체나,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은 삼성 LG 및 대만업체들로부터 계속 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이폰을 다른 스마트폰과 차별화시키는 데 꼭 필요한 부품은 직접 생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독자적 부품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사실 애플의 부품독립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반도체 주문생산업체인 PA세미와 2010년 반도체설계업체 인트린시티를 인수해 스마트폰의 핵심인 응용프로세서(ASP)를 독자 개발했고, 2012년에는 이스라엘의 플래시메모리반도체 업체 어노비트테크놀로지, 3차원 센서용 반도체업체 프라임센스, 미국의 저전력 반도체업체 패스이프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부품회사 인수합병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스마트워치, 스마트글라스 등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외의 다양한 웨어러블기기(착용형 모바일기기)로 생산영역이 확대될 수록, 관련된 핵심부품업체 인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겠지만 결국은 반도체, LCD, 배터리 등 3대 핵심부품에서도 독자 부품 생태계를 구축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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