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2일 친박 원로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캠프에 참여시키려다 끝내 무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심 논란을 제기하며 김황식 전 총리를 몰아붙였던 정 의원 스스로가 박심에 기대려 한 것을 두고 당내 시선이 곱지 않다.
정 의원 경선 캠프는 이날 낮 12시께 "최 전 대표와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위촉한다"고 밝혔다. 최 전 대표는 친박 원로모임인 '7인회'멤버이고, 김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여성본부장이었다. 비주류인 정 의원이 친박 핵심인사들로 선대위원장단을 꾸린 셈이다.
당 안팎에선 "박심의 대반전 드라마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 의원이 오전 최고ㆍ중진 연석회의에서 "박심 논란에 있어 청와대는 책임이 없다"고 했던 발언과 맞물려 친박계의 김 전 총리 지원설을 뒤집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반나절을 가지 못했다. 최 전 대표가 "이름만 빌려준 것일 뿐 정 의원을 잘 모른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최 전 대표 쪽에선 공동선대위원장직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고, 이에 따라 정 의원 캠프는 오후 9시께 "최 전 대표를 고문으로 위촉키로 했다"고 정정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 전 대표측이 1시간여 뒤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어느 캠프에도 관여하거나 선대위의 어떤 직책도 맡을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최 전 대표측 관계자는 "정 의원측에서 선대위 참여를 요청하길래 '잘해보시라'고 덕담을 했을 뿐인데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원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화살을 김 전 총리측으로 돌렸다. 캠프 관계자는 "김 전 총리측에서도 최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했다더라"면서 "최 전 대표가 우리 손을 들어주니까 그 쪽에서 세게 항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지금까지 박심 논란을 부추기며 김 전 총리를 비판해온 정 의원이 박심을 염두에 두고 최 전 대표를 영입하려 했다가 결국 모양새만 우스워졌다"면서 "새누리당의 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라고 촌평했다.
김 전 총리측도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중량감 있는 선대위원장 영입에 나선 가운데 김 전 총리의 공보실장을 지낸 최형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날 사표를 내고 김 전 총리 캠프에 합류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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