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제출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찬성 30, 반대 6, 기권 11표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북한 정권에게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인도적 인권침해 상황을 인정하고,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권고의 이행을 통해 모든 인권 침해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또 COI 권고사항의 이행을 촉진하고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 인권상황 모니터링과 기록을 할 수 있도록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산하에 '현장기반 조직'을 설치할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COI 보고서를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고, 책임자 규명을 위해 국제사법 메커니즘에 회부할 것을 명시했다.
이번 북한 인권 결의는 지난달 17일 마이클 커비 북한 인권 COI 위원장이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사실확인 결론과 권고 포함)를 추인하고, 국제사회의 향후 대응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북한 인권문제를 지속해서 들여다보고 개선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국제사법적 처리, 즉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까지도 모색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룩했다. COI의 활동이 이제 종료함에 따라 앞으로 국제사회와 북한인권단체의 관심은 후속조치들이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지적했듯이 북한 인권 COI 보고서에 대한 관심이 뉴스에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식이어선 안 된다.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끔찍하고 지속적인 인권 유린은 이미 '문명사회의 수치' 혹은 '반인륜적 범죄'의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 인권 침해대해 충분한 감시와 국제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이번에 COI가 확인한 중대한 사실과 정책 권고를 후속적으로 뒷받침할 국제사회의 리더십과 북한 인권 개선의 추진동력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
그간 한국 정부는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 채택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거나 각종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인권문제는 다른 사안과 분리해 그 자체로 접근한다는 원칙론에 입각한 것이긴 하지만, 북한인권운동을 전개하는 시민사회와 민간단체의 입장에선 부족하다는 느낌을 줬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북한 인권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책임의식과 적극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그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제각기 진행되어 온 기존의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의 종합적 평가를 토대로 내실 있는 북한 인권 개선방안을 강구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연성적 수단과 경성적(硬性的)인 수단을 식별하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배합하는 방안과 함께 주체ㆍ수단별 국제협력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국제공조는 명분 확보와 효율성의 측면에서 개별적 노력보다 훨씬 유용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북 인권 정책과 관련된 범정부적인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 큰 밑그림 아래 일사불란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오는 5월 1일 개최될 예정인 2차 북한 인권 UPR(보편적 정례검토)에서 북한 인권 COI의 권고안을 충실하게 적용함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인권이사회 결의가 명시한 것처럼 앞으로는 북한 인권 침해자의 국제형사법적 처리를 가능케 하는 증거를 확보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주요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한국은 그간 탈북자 신문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수집ㆍ확보한 인권침해 정보를 OHCHR에 제공하고 유엔의 활동을 측면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임해야 한다. 국회 역시 북한 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해 ▦북한 인권기록보존소 설치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체계적인 북한 인권교육 실시 ▦북한 인권운동의 실효적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 또 북한 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적극적 동참을 유도하는 게 자유민주통일을 앞당기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ㆍ 전 외교통상부 인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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