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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아닌 가족 드라마" 믿어도 되나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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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아닌 가족 드라마" 믿어도 되나요, 그 말

입력
2014.04.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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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권선징악, 복수, 가족 간의 화해와 해피엔딩. 한국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고질적인 패턴들이다. 이 장치들은 현재 방영 중인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들이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지키고 있는 시청자 공략법이기도 하다. 일일 아침드라마와 저녁드라마에선 자신을 배신한 남자에 대한 여주인공의 복수가 한창 진행 중이고, 주말극은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을 주된 스토리로 내보내고 있다.

5일 첫 방송되는 MBC 새 주말극 '왔다! 장보리'도 이러한 주말극의 악습을 따라갈 전망이다. 제작진은'파란만장한 여주인공의 인생 역전 스토리'가 주제라고 내세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출생의 비밀, 선과 악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을 주요하게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전작인 '황금무지개'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왔다! 장보리'는 가난한 집의 양딸로 살던 장보리(오연서)가 부유한 자신의 원래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배우 오연서는 그간 시청자들이 지겹도록 봐왔던 발랄하고 명랑한 역할로, 부잣집의 양딸로 키워진 연민정 역의 배우 이유리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악녀로 변신해 뚜렷한 대립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MBC와 제작진은 "그런 뻔한 드라마가 아닌 가족드라마"라고 입을 모은다. 출생의 비밀은 극 초반의 장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왔다! 장보리'의 백호민 PD는 "이 드라마의 주된 메시지는 가족 간의 사랑"이라며 "헤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가족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한국 연속극은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주로 다뤄왔다"며 "(갈등을 그리는)부분은 비슷하겠지만 한복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왔다! 장보리'에 우려의 시선이 모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내의 유혹'(이하 SBS), '천사의 유혹', '다섯손가락'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와 '내 이름은 공주'(이하 MBC), '성녀와 마녀', '김약국의 딸들', '보석비빔밥', '욕망의 불꽃', '메이퀸' 등 아침극과 주말극을 주로 연출한 백호민 PD의 조합이 이런 걱정을 더욱 부추긴다. 김순옥 작가는 여자의 복수를 주재료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며, 백 PD는 주말극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연출가다. 두 사람이 만났으니 기존의 '막장코드' 및 지루한 선악 대립 구도가 재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막을 수 없다. 굳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그림이 그려진다. 극중에서 재벌가 자제로 검사 역을 맡은 배우 김지훈은 "출생의 비밀 정도를 막장요소라 하기에 애매하다" 고 말했다.

사실 출생의 비밀만으로 '막장드라마'라고 부를 순 없다. 여기에 악인들의 황당무계하고 현실에선 상상할 수 없는 행동들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개 막장 드라마 속 악역들은 음모를 꾸미고 주인공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도 모자라 협박, 폭행, 납치, 감금, 살인 등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일삼는다. 극악무도한 행위들을 해대지만 결국에는 가족의 사랑으로 모든 것이 감싸지면서 해피엔딩을 맞는 공식이다. 이러한 과정은 시청률을 올리는데 그만인 극적 장치이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선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임이 분명하다.

MBC측은 "이번 드라마는 유쾌하고 코믹스러운 요소가 가미된 가족극"이라며 "막장요소 보다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온 가족이 시청하는 드라마로 만들 계획"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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