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장중 2,000선을 넘어섰다. 장 초반 5분도 안 되는 아주 잠시였다. 하지만 1분기 내내 이어진 지루한 행보에서 벗어나 6거래일 연속 상승과 함께 이뤄낸 첫 2,000선 돌파. 시장을 들뜨게 하기엔 충분했다. 올해도 1,800~2,000의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적잖은 상황에서 지수 2,000을 넘어 추가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 종가는 전날보다 5.27포인트(0.26%) 오른 1,997.25. 비록 개인이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내면서 2,000선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달 26일부터 시작된 상승 랠리는 지속됐다.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건 외국인. 올 들어 4조원 이상 매물을 쏟아냈던 외국인은 최근 6거래일 동안 1조5,1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단숨에 1,940선에서 2,000선 문턱까지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나스닥 시장이 주가 상승에 따른 조정 국면에 들어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조금씩 한국 등 신흥국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국제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외국인을 국내 증시로 이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상승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코스피가 전고점인 2,050~2,060선을 깰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연초와 비교해 순매수로 돌아서려면 3조원 정도의 매수 여력이 남아있고, 해외 거시지표 또한 계절적 요인 탓에 1, 2월 부진했던 데서 벗어나 3월에는 호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향후 지수의 향방을 쥐고 있는 키 중 하나가 삼성전자다. 전문가들은 이달 증시가 삼성전자가 8일 발표할 예정인 실적 결과에 따라 방향성을 달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작년 2분기 이후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실적을 확인한 뒤 투자를 하겠다는 심리가 번져 있다"고 말했다. 만약 올 1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에서 벗어난다면 주가 상승을 견인할 요인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주요국 경기 지표 역시 중요한 변수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발표되는 지표에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의 경기 회복 신호가 확인되면 국내 증시가 추가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증시가 박스권을 탈피해 전고점을 뚫고 올라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는 유동성과 경기가 양호했을 때 2,050선까지 올랐다"며 "중국 경제지표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유동성 또한 줄어든 만큼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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