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현대카드 공식 페이스북에 뜬금없이 우리카드 상품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 "우리카드 환영합니다" 라고. 그리고는 지난해 7월 나온 자사카드 '챕터(Chapter) 2'와 지난달 31일 출시된 우리카드의 '가나다' 카드 광고사진이 나란히 게재됐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카드생활을 할인과 포인트로 심플하게 정리한 현대카드의 투 트랙 체계를 우리카드에서 정확하게 이해해 주셨습니다"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표절을 비꼬는 내용이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이날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한 개인일 뿐인 아티스트도 앨범 발표 전에는 표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곡과 대조를 한다. 막상 큰 조직이 움직이는 다른 분야에선 그런 건 염두에조차 없다." 역시 우리카드를 겨냥한 글이었다.
카드업계에 또 표절 시비가 붙었다. 이번에는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현대카드의 '챕터2'는 일정 실적 이상이면 포인트를 쌓아주거나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두 가지 방식 중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상품. 출시 후 발급장수가 155만장을 넘으며 인기를 끌었다. 우리카드의 '가나다'가 포인트형 카드와 할인형 카드로 단순화했는데 이 체계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우리카드측은 발끈했다. 할인형과 포인트형으로 상품을 구분하는 것은 이미 보편화했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자체 시장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할인과 적립으로 나눠지는 단순화한 상품을 선호해 이를 반영했을 뿐"이라고 표절 의혹을 일축했다.
현대카드는 2009년과 2012년에 삼성카드와도 표절 논란이 있었다. 현대카드가 내놓은 초우량고객(VVIP) 전용 카드 '블랙'(2009년), 그리고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금액의 일부를 할인해주는 카드 '제로'(2011년)와 유사한 상품을 삼성카드가 내놓으면서 충돌한 것.
카드사간 상품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카드 상품에는 배타적 사용권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 은행, 보험, 증권 등에서 나오는 금융상품은 아이디어와 독창성 보호를 위해 각 협회에서 1~6개월간 독점적 사용권 및 판매권을 준다. 이를 어기면 판매중지 등의 조치를 당한다. 카드 상품에도 배타적 사용권을 도입하자는 논의는 있었지만 다른 상품에 비해 상품 구조가 단순하다는 등의 이유로 매번 무산됐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먼저 출시된 카드가 반응이 좋으면 유사한 상품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표절 여부를 단정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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