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외국인타자 조쉬 벨(28ㆍLG)이 3경기에서 3홈런, 그것도 좌ㆍ우타석에서 나란히 대포를 쏘아 올리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선구안까지 뛰어나다. LG 역대 최고의 외국인타자로 기억되는 로베르토 페타지니(43)와 스위치히터였던 롯데의 펠릭스 호세(49)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벨은 지난달 29일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볼넷 2개를 골라냈는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빼어난 선구안을 선보였다. 다음날엔 첫 홈런을 쳤고, 1일 잠실 SK전에서는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에 4타점, 볼넷 1개를 기록했다. 벨을 눈 여겨보고 낙점한 성영재 LG 스카우트는 “현지에서 처음 본 경기에서는 모두 초구에 방망이가 나가기에 공격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 떠올렸다. 볼을 오래 지켜보는 용병은 한 방을 기대하는 국내 구단이 원하는 이상형은 아니지만, 타격 실력만 뒷받침된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2008시즌 중반 LG 유니폼을 입었던 왼손타자 페타지니는 현역 시절 유지현 코치를 능가하는 선구안으로 거의 스트라이크에만 방망이를 댔다. 2009년엔 타율 3할3푼2리에 26홈런, 구단 역사상 첫 100타점을 기록했으며 두 시즌 동안 출루율은 4할6푼2리에 이르렀다.
페타지니에 앞서 롯데의 ‘전설’호세는 2001년 아직도 깨지지 않는 5할대 출루율(0.503)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구안으로 볼 넷을 골라내기보다는 고의4구가 많았다. 호세는 1999년 타율 3할2푼7리에 36홈런 122타점, 2001년 타율 3할3푼5리에 36홈런, 102타점으로 국내야구를 평정했다. 한 차례 복귀한 2006년에도 22홈런을 쳤다. 스위치히터였던 호세는 거의 양 타석에서 고른 실력을 보였다.
벨은 좌타석이 ‘본업’이라고 밝혔다. 김기태 LG 감독도 “오른쪽보다 왼쪽에서 타격이 낫다”고 평가했지만 1일 경기에서는 우타석에서 안타와 홈런을 뽑아냈다. 개막 3경기를 치른 벨은 홈런(3개), 타점(6개), 득점(6개), 장타율(1.250) 등 4개 부문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LG의 ‘조짐’이 좋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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