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LG-SK전이 열린 잠실구장. 경기 전 김기태 LG 감독실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꾸벅 인사를 하며 들어온 선수는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내야수 최승준(26)이었다. 인사를 받은 김 감독은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최)승준아, 솔직히 말할게. 하루 짜리다.”
시즌 첫 1군에 입성한 최승준이지만 3일 선발 등판 예정인 외국인투수 코리 리오단(28)이 등록하면 다시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128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이런 경우는 허다하며 최승준도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감독이 직접 선수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건 이례적이다. 사령탑들은 보통 수석코치나 담당 코치를 통해 통보할 뿐이다.
선수들과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김 감독의 성향과 함께 최승준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최승준은 지난해 가을 마무리훈련에서 김 감독이 우수선수로 꼽았으며 전지훈련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했다. 데뷔 첫 개막 엔트리에 합류했다가 하루 만에 2군으로 내려간 백창수도 같은 경우다.
김 감독은 “비록 하루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갔으면 좋겠다. 나중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승준을 격려했다. 김 감독의 따뜻한 한 마디에 최승준도 1군 ‘1일 천하’를 마음껏 즐겼다. 잠실=성환희기자
한국스포츠 잠실=성환희기자 hhsung@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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