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을 향해 비수를 꽂아라.’
LG 가드 김시래(25)와 모비스 외국인 센터 로드 벤슨(30)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둘은 지난 시즌 모비스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한 다음날 서로 유니폼을 갈아입는 운명을 맞았다. 2012~13 시즌 도중 모비스는 커티스 위더스를 내주고 벤슨을 받았다. 당시 발표는 안 했지만 양 측은 이미 시즌 종료 후 김시래가 LG로 가는 것에 대해 암묵적인 합의를 했고, 끝나자마자 이적 소식을 발표했다.
모비스는 벤슨의 높이를 활용해 2년 연속 챔프전에 올랐다. LG 또한 구멍 난 1번(포인트가드) 자리를 김시래가 채우면서 올해 창단 17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데 이어 2000~01 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았다. 양 팀의 트레이드는 결과적으로 ‘윈-윈’ 효과를 봤다.
김시래는 자신의 멘토 양동근(33)을 넘어야 한다. 신인이던 그는 지난 시즌 양동근과 호흡을 맞추며 눈부신 성장을 했다. 수비력이 뛰어난 양동근은 김시래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프로에서 적응을 못하던 김시래는 점점 자신감을 얻었고 정상급 가드로 우뚝 섰다. 그러나 이제 양동근을 적으로 만났다. 옛 정은 잠시 잊었다. 양동근의 수비 벽을 뚫어야만 팀도 함께 살 수 있다.
제자를 상대해야 하는 전 스승 유재학(53) 모비스 감독은 ‘쿨’ 한 반응을 보였다. 유 감독은 “김시래가 지난해까지 우리 팀에 있던 선수지만 우리 선수들이 김시래를 별로 연연해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동근 또한 맞대결을 의식하기보다 경기에만 집중한다는 각오다.
벤슨은 친정 팀 앞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 받는 데이본 제퍼슨(28)이 LG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면서 지난 시즌 벤슨의 팀 공헌도도 자연스레 잊혀졌다. 또 벤슨 개인적으로는 2연패 달성 여부에 따라 다음 시즌 재계약이 달려있다.
모비스 문태영(36)도 사실 LG가 친정이다. 귀화 혼혈선수로 2009년부터 3년간 LG에서 뛴 문태영은 2012~13 시즌을 앞두고 모비스로 이적했으며 이제는 LG의 창단 첫 우승 도전을 가로막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