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의 톱타자 추신수(32)가 하루 만에 ‘출루 기계’로 돌아왔다.
추신수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개막 두 번째 경기에 이틀 연속 1번 타자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총 5타석을 소화했고, 4차례나 출루했다. 동점 득점과 역전 결승 득점을 올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성적은 3타수 2안타에 1볼넷, 몸에 맞은 공 1개, 2득점. 텍사스는 전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추신수의 불꽃 방망이가 되살아나자 3-2로 승리했다.
밀어치고, 기다리고, 안 피하고
추신수는 1회 필라델피아 오른손 선발 투수 A.J.버넷을 맞아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바깥쪽 높은 직구(150㎞)를 밀어 쳐 안타를 기록했다.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신고한 첫 번째 안타. 3회 두 번째 타석은 몸에 맞는 공이었다. 지난해 몸에 맞는 공 1위(26개)에 올랐던 ‘사구왕’은 초구에 기습 번트 모션을 취하다 버넷의 슬라이더가 몸 쪽으로 급격하게 휘면서 왼쪽 발등을 맞았다.
5회는 좌익수 뜬 공, 7회는 좌전 안타였다. 9회에는 침착하게 볼 넷을 골라 다시 한 번 1루를 밟았다. 마지막 두 타석에서 모두 왼손 투수를 상대로 출루한 점이 고무적이다. 추신수는 7회 왼손 구원 제이크 디크먼의 시속 156㎞(97마일)짜리 광속구를 밀어 쳤고, 9회에도 바뀐 투수 왼손 마리오 홀랜드의 유인구를 잘 참았다.
텍사스의 득점 공식이 된 추신수
텍사스는 이날 한 점 차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었다. 추신수가 출루한 7회와 9회 잇달아 점수를 뽑았다. 이 때 벤치에서 나온 사인은 같았다. 2번 엘비스 안드루스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고, 3번 프린스 필더, 4번 애드리안 벨트레 등 힘 있는 중심 타자들에게 타점을 기대했다.
벤치의 믿음에 부응한 건 벨트레였다. 벨트레는 1-2로 뒤지던 7회 2사 3루에서 우익 선상 2루타를 날려 추신수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2-2로 맞선 9회 역시 1사 1ㆍ2루에서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로 2루 주자 추신수의 결승 득점을 이끌었다. 1번부터 4번까지 물 흐르듯 이어진 타선. 텍사스의 득점 공식 중심에는 추신수가 있었다.
하루 만에 뒤바뀐 현지 평가
추신수의 이 같은 활약에 현지 언론 평가도 하루 만에 바뀌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경기 후 “1번 추신수와 4번 벨트레가 경기를 끝냈다”며 “추신수는 동점과 결승 득점으로 팀 승리에 앞장 섰다”고 전했다. 댈러스 모닝 뉴스는 “오프시즌 동안 텍사스는 거액을 써 선수를 영입하는 도박을 했다. 두 번째 경기만에 그 효과를 봤다”며 “추신수는 구단이 그에게 원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댈러스 모닝 뉴스는 전날 추신수가 무안타로 부진하자 “왼손 투수 약점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던 매체다.
추신수에 대한 칭찬 릴레이는 동료들도 동참했다. 결승타의 주인공 벨트레는 “추신수가 계속 출루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찬스가 생긴다”며 “나는 그런 찬스를 좋아한다. 우리 팀도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이다”고 극찬했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 역시 “추신수가 승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새로운 1번 타자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추신수는 “어제 난타전이었다면 오늘은 투수전으로 흘렀는데 팀 승리에 보탬이 돼서 좋다. 내 할 일을 다한 것 같아 기쁘다”며 “몸에 맞은 공은 크게 아프지 않다. 내일도 이겨 2승 1패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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