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취임 한 달도 못돼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권 회장은 그룹 창립기념일인 1일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묘소를 참배한 뒤 "포스코의 재무구조 측면과 동부제철 인수 건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 또 다른 방안이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동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패키지를 공동인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포스코가 지분 20~30%를 인수하고 산은이 나머지 투자를 책임지는 구조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냉장고, TV 등에 쓰이는 컬러강판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곳으로 연간 43만톤 규모다. 포스코로선 인수할 경우 계열사인 포스코강판(37판톤)을 더해 총 80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 유니온스틸(63만톤)을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더구나 산은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부담도 크지는 않다.
하지만 권 회장은 취임 전부터 재무구조안정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확대하기 보다는 축소하는 쪽으로 경영의 큰 방향을 정한 상태다. 전임자였던 정준양 전 회장은 재임시절 대대적 인수합병(M&A)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크게 벌렸는데, 권 회장은 공개적으로 "(전임 회장의 사업들을) 하나하나 비판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고까지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문제가 권 회장으로선 취임 후 첫 의사결정이나 다름없다. 축소를 얘기해오던 권 회장으로선 확대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컬러강판시장의 경우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시장자체가 포화상태인데다, 인천공장은 시설도 낡아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이 의외로 크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선뜻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에 있다. 만약 포스코가 포기하면, 이 공장은 중국업체에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실제로 중국의 바오산그룹, 안산강철, 수도강철 등이 동부제철에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포스코 때문에 중국업체 손으로 넘어갔다'는 여론이 만들어질 게 뻔하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산은이 포스코에 거듭 인수를 요청한다는 건 결국 정부도 그걸 희망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라며 "포스코로선 재무구조냐 국익이냐의 선택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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