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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근대 건축물 '이영춘 가옥' 1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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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근대 건축물 '이영춘 가옥' 1호로

입력
2014.04.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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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사라지거나 훼손될지 모르는 것들이 있다. 문화재로 지정이 안 돼 관심 밖에 있거나 지정이 됐어도 관리가 소홀한 것들이다.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외 문화유산 300건을 선정해 3차원(3D)으로 기록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국내 민간 연구소가 시작한다. 문화유산의 현재 모습을 가장 정밀하게 실측할 수 있는 3D스캔 기술로 기록하고 데이터를 공개해 공유한다.

재단법인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소장 김호용)는 국내 비지정문화재 200건과 개발도상국의 세계문화유산 100건을 3차원으로 기록하는 '아카이브 300'을 추진한다고 1일 발표했다. 국내 유수 기업과 기관의 후원을 받아 10년 안에 마칠 계획이다. 이중 매년 2건은 연구소 자체 예산으로 한다. 구축된 3D 스캔 데이터는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에 쓸 수 있도록 소재지 지자체와 문화재청에 후원 기관 명의로 기증한다. 여기엔 스캔 데이터로 만든 동영상과 실측용 파노라믹 뷰, 고해상도 파노라믹 뷰 등 다양한 멀티콘텐츠가 포함된다. 대상 문화재 300건 가운데 100건의 목록과 소요 예산은 이달 중 연구소 홈페이지(www.wipco.co.kr/hdac)에 1차 게시된다.

민간 후원으로 진행하는 문화유산 기록화 사업은 미국, 스코틀랜드 등에서는 활발하지만 한국에서는 낯선 것이어서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기업이나 단체의 문화유산 보호 활동은 주변 청소나 정돈에 그치는 실정이고 그나마 대부분 지정문화재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아카이브 300'과 비슷한 것으로, 미국의 비영리 단체 사이아크(CyArk)가 지난해 10월 착수한 국제 프로젝트 '챌린지 500'이 있다. 전쟁이나 재난, 기후 변화 등으로 위기에 처한 세계 문화유산 500건을 선정해 3D 스캔해서 디지털 문화유산을 구축하는 이 프로젝트는 구글, 유튜브 등 세계적 기업들이 적극 후원하고 있다.

'아카이브 300'의 3D 스캔 데이터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연구소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김시로 연구소 부소장은 "3D 스캔 데이터를 보는데 필요한 전용 뷰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사이트에 들어오기만 하면 바로 파일을 열어 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거의 마쳤다"고 전하면서 "컴퓨터 웹에서 바로 도면을 제작하거나 실측할 수 있어 연구와 활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도 5, 6년 전부터 문화유산 3D 스캔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스캔 데이터는 기술 등의 문제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체 300건 중 아카이브 1호는 전북 군산의 근대 건축물인 이영춘 가옥(전북 유형문화재 제 200호)이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무렵 일본인 지주가 지은 개인 별장으로 서양식, 일본식, 한옥 양식이 결합된 건물이다. 해방 후 주인은 예방의학의 선구자이자 공중보건 개척자로서 지역 의료 활동에 헌신한 의사 이영춘 박사였다. 연구소는 이 건물이 사료적 가치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점을 들어 이번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구소 자체 예산으로 3D 스캔을 마쳤고 현재 데이터 처리 중이다.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는 3D 스캔 전문 기업 위프코(WIPCO)가 2011년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위프코는 1991년 한국에 3D 장비를 처음 도입했고 1997년 국내 최초로 문화재 3D 스캔을 시작했다. 숭례문, 종묘, 팔만대장경 등 주요 문화재 146건을 스캔해서 3D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그 동안 쌓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소를 설립했다.

위프코는 오대산 월정사의 본ㆍ말사 44개 사찰과 주요 소장 문화재 현황을 3D로 기록, 최근 별도 홈페이지(www.odaesan-munsu.org)에 공개했다. 월정사 불교문화재 100점을 따로 정리한 아이패드용 무료 앱도 선보였다. 이 작업은 월정사가 주관하고 ㈜하이원리조트가 6억원을 지원해 이뤄졌다. 특히 3D 스캔 데이터를 감상할 수 있는 홈페이지 제작은 국내 처음이다. 3D 스캔을 기반으로 만든 동영상과 실측용 파노라믹 뷰 등 현재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고품질 콘텐츠를 오대산 사찰의 과거를 담은 옛그림과 사진, 학술보고서 등 관련 자료와 함께 올려놨다. 문화유산 데이터베이스의 모범으로 꼽아도 좋을 만큼 체계적이고 알차다. 문화재의 명문이나 문양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고해상도 사진도 제공한다. 월정사 문화재 앱은 불상과 건축물 등 문화재를 확대, 축소하거나 360도 돌려볼 수 있게 만들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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