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하며 드레스덴 대북 3대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정부도 당분간 드레스덴 제안과 관련한 선제적 대화 없이 북한의 대남 비난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남북관계의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입부리를 놀리려면 제 코부터 씻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근혜가 추구하는 통일은 우리의 존엄높은 사상과 제도를 해치기 위한 반민족적인 '체제통일'"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박근혜는 체면도 없이 독일통일에서 '배울 것이 많다느니, 모범을 따르고 싶다느니'하며 아양을 떨었다"고 지적해 박 대통령의 제안을 '흡수 통일'로 규정했다.
신문은 또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공대 연설에서 북한의 경제난과 방치된 북한 아이들을 언급한 것을 두고 "동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고 모독"이라며 남북 '비방ㆍ중상 중단' 합의 파기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북한은 또 협동농장 작업반장 등 북한 주민 3명의 개인 필명으로 신문에 게재한 글에서 박 대통령을 일컬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쏟아내는 등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북한 당국은 앞서 지난 3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도 "잡동사니들을 이것저것 긁어 모아 '통일 제안'이랍시고 내들었다"며 연일 드레스덴 제안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 자료를 내고 "(북한은) 자신들의 소위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ㆍ중상 중단을 주장하면서 우리 국가 원수를 저열하게 비방함으로써 자신들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여실히 보여 줬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으며 국제적 고립만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 당국자는 "고위급접촉을 통해 북한에 드레스덴 제안을 설명할 계획은 없으며, 북한 내부 일정이나 한미 군사훈련 종료 전까지 남북간 깊이 있는 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해 당분간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재외공관장회의를 주재하면서 북측의 비난 반응에 대한 언급 없이 "통일 독일의 발전상을 보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한반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외교의 역할과 도움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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