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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거침없는 발언, 되레 EU의 경계심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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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거침없는 발언, 되레 EU의 경계심 불러

입력
2014.04.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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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이 1일 벨기에 브뤼셀 강연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중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평화발전'의 길을 거듭 다짐했지만 시 주석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경계심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헤이그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프랑스, 독일, 벨기에를 잇따라 국빈방문하고 파리의 유네스코와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도 찾았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네덜란드와 EU 본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유럽에 대한 중국의 이같은 관심에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EU의 힘까지 빌려 가며 양극화 또는 다극화하려는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시 주석은 순방에서 중국이 '평화발전' '독립자주' 외교정책을 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독일 베를린 강연에서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자 일각에선 색안경을 낀 채 중국의 발전이 결국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데 이런 편견은 매우 유감"이라며 "중국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평화발전의 길을 선택했고 이제 전 세계와 함께 공동 번영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화평굴기'(和平屈起ㆍ평화롭게 일어선다)와 유소작위(有所作爲ㆍ해야 할 일은 적극 나서 한다)를 넘어 '평화발전'이 중국의 새로운 정책으로 자리잡았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 주석의 거침 없는 행보에는 세계 최대 무역국이라는 든든한 경제력이 바탕에 있다. 중국은 프랑스에 에어버스 여객기 70대 구매를 비롯해 무려 180억유로(26조7,000억원)의 선물을 안겼다. 프랑스가 146명의 기마병으로 시 주석을 환대한 이유다. 재정적자와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EU는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중국이라는 '큰손'을 고개 숙여 맞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중국은 EU산 와인 덤핑조사를 중단했다. 이에 화답 하듯 EU는 중국산 통신기기 덤핑조사를 중지했다. 적어도 경제분야에서 양측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시 주석이 순방에서 소프트파워를 앞세운 점도 주목된다. 독일에선 유소년 친선 경기로 '축구외교'를 폈고, 벨기에에서는 자이언트 판다 두 마리를 선물해 환심을 샀다. 현지 공자학원 대표단과 좌담회도 중요한 일정이었다. 가는 곳마다 중국풍의 세련된 옷으로 눈길을 끈 펑 여사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을 얻는 건 중국위협론이다. 시 주석 자신이 그런 경계를 자초한 부분도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파리 강연에서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국방비 증가와 관련해 "중국처럼 큰 나라의 수요로는 정상"이라며 "중국은 말썽을 먼저 일으키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EU 본부 회담에서 "우리들은 EU와 다극화한 세계 속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한다는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하지만 EU의 속마음은 중국의 바람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시 주석이 독일 방문 중이던 28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기사 제목이 이를 대변한다. "중국과 독일은 파트너지만 친구는 아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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